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수그러들었지만 ‘AI 후폭풍’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달 13일 방역개선대책을 내놓았지만 농가는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밀집사육 대책이다. 정부는 산란계(알 낳는 닭)의 사육 면적 기준을 늘리고 밀집지역에 있는 축사를 이전하거나 폐업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양계협회는 “사육면적을 확대하면 농가에 엄청난 피해와 손실을 준다”고 주장한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축사시설 현대화사업으로 축사를 새로 짓게 해 놓고 또 다른 기준을 적용시킨다는 것이다. 축사 이전 비용을 지원한다고 해도 이미 축사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농가가 많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양계협회와 한국육계협회 등 가금생산자단체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18일에는 농민 5000여 명이 서울 여의도에서 규탄집회도 가질 계획이다.
방역책임을 농가에 돌리는 점도 논란거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나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에 정책자금을 후순위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양계협회는 이에 “AI 발생 농장은 방역시설이나 사육시설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곳이어서 오히려 시설 보완이 시급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축산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면서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방역 실패의 책임과 향후 방지책을 두고 정부와 농가가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 나타나는 각종 문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설 연휴 이후 안정세를 보였던 계란값이 최근 다시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30개들이 한 판(중품 특란 기준)의 평균 가격은 7651원으로 한 달 전(7316원)보다 300원 이상 올랐다. 16일 부활절에는 가격 부담에 계란을 내놓지 못한 교회와 성당이 속출했다.
계란값이 다시 오른 것은 3월 개학을 맞아 급식 등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근본 원인은 산란계의 36%가 도살 처분돼 계란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계란 수급 안정의 주요 수입처로 기대했던 미국에서 AI가 발생하면서 계란과 병아리 수입이 막힌 것도 악재가 됐다. 별다른 대책이 없다면 계란값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라도 정부와 농가가 머리를 맞대고 AI 재발을 막고 계란과 닭고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개선책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 AI의 주범이라는 철새가 찾아오기까지는 7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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