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가 안태웅 씨(31·삽화)는 ‘창피인’이다. 창업하다가 피(해) 본 적이 있다는 뜻이다.
청주대를 다니다가 대학 졸업 무렵인 2011년부터 취업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작은 기업부터 시작해 남들이 선망하는 대기업 정규직 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늘 불안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명목으로 대기업의 힘을 앞세워 영세 업체들에 ‘갑질’도 해야 했다. ‘노오력’을 했지만 소모품만 되고 있다는 생각이 앞섰다. 선망했던 한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할 당시 “6개월간 우선 계약직으로 일해 달라”는 황당한 제안도 받았다.
“일하는 사람이 즐거운 일자리를.” 이 생각 하나로 사장님이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창업 과정은 취업보다 더 험난했다. 숍인숍(매장 안 매장)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희망을 걸고 매장을 준비했지만 지역별 규제는 제각각이었다. ‘숍인숍이라도 공간을 구분하는 벽을 설치해야 한다’는 지자체 규제로 매장 안에 다른 매장이나 다름없을 두꺼운 벽을 세우고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카페를 차리려 위생교육을 받고 정부위탁기관의 실수로 이수자 명단에서 누락돼 창업 의욕마저 꺾일 뻔했다.
허울 가득한 “창업하라, 스티브 잡스가 돼라”는 기성의 한마디에 그는 주저 없이 말한다. “피 끓는 청춘들을 춤추게 할 토양부터 제대로 만들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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