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기술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기능이 발전하면 내비게이션은 현재 길찾기 기능을 넘어 자율주행의 핵심 장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가장 기초적인 증강현실(AR)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시장도 점차 커지면서 관련 제품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17일 파인디지털의 내비게이션 브랜드인 파인드라이브는 업계 최고 수준의 옥타코어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해 성능을 끌어올린 매립형 내비게이션 ‘몬스터 7’을 출시했다. 몬스터 7은 듀얼코어 CPU에 비해 10배 이상 향상된 연산 처리속도와 7배 빠른 램(RAM) 속도를 자랑한다. 덕분에 사용자는 내비게이션 조작이나 전자지도 안내, 멀티미디어 재생 등을 보다 빠르고 매끄럽게 이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터보 GPS 8.0’ 기술을 적용해 미국과 러시아의 위성신호와 디지컬 멀티미디어 방송(DMB)을 통한 위성 궤도 예측 정보를 동시 수신해 정확하고 빠르게 길을 안내한다. 또 AR를 접목한 경로 안내 서비스 ‘파인AR’을 지원하고, 신설 도로망, 검색 데이터 등이 무선으로 자동 업데이트되는 기능도 갖췄다. 파인디지털은 계열사 맵퍼스를 통해 애플에 한국 지역의 전자지도 데이터를 공급하고 있는데,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율주행차 테스트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17일 주가가 10.59% 급등하기도 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 도로 사정을 보다 정밀하게 반영한 한국 전용 내비게이션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주요 차종에 대한 인증 취소로 국내에서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지만 재인증 준비와 함께 커넥티드카 시대를 대비해 국내 지도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 주요 도로에서 연구용 신형 티구안을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SK텔레콤은 행정자치부와 손잡고 자사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의 검색 단위를 아파트 ‘동’까지 정밀화한다고 밝혔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부터 시작하지만 점차 적용되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내비게이션 서비스에도 같은 기능이 하반기(7∼12월)부터 점차 적용될 예정이다.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내비게이션에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을 접목시켜 교통량을 분석해 최적의 경로를 제안하는 기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비게이션의 진화 방향은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에 맞춰져 있다. 차가 알아서 운전하는 시대가 되면 단순 지도 정보는 물론이고 각종 교통신호 및 도로 상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일이 중요해지게 된다. 운전자가 운전에서 자유로워지면 각종 업무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찾게 된다. 이때 제공될 여러 기능도 내비게이션을 중심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몇 년 전만 해도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만들던 미국 ‘엔비디아’가 내비게이션과 커넥티드카 분야에 투자한 이후 세계적 기업이 된 것이 이런 맥락이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업체 ‘아프로뷰’의 제품이 작동하는 모습. 유리창에 내비게이션 정보가 바로 보여 내비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릴 필요가 없다.
내비게이션은 홈 AI 기기와도 연동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현대자동차는 자사의 커넥티드카 솔루션인 블루링크가 구글의 음성인식 AI인 ‘구글 어시스턴트’와의 연동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제 AI 기기 ‘구글 홈’을 가진 사용자라면 집 안에서 현대차를 향해 시동 걸기, 온도 조절, 목적지 주소 검색, 날씨 검색을 간단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2∼3년 전만 해도 신기한 기술로 인식되던 HUD도 점차 익숙해진 사람이 많아진 데다 AR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HUD는 운전자 쪽 차량 유리창에 내비게이션 정보가 나오는 유리판을 세우거나 반사시켜 운전자 시야 안에 정보를 보여주는 기술이다. 내비게이션 정보를 보기 위해 따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어 편리하고 안전을 위해서도 좋다. 당초 비행기 조종사를 위해 쓰이던 기술이었지만 자동차에 적용된 대표적 기술이다.
허드비전은 다음 달 신형 ‘올 뉴 허드비전 F35’를 출시할 계획이다. 올 뉴 허드비전 F35는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로 무선 연결되며 제스처 기능과 후방 카메라도 지원한다. 제스처 기능은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손동작만으로 다른 메뉴로 넘어갈 수 있는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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