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생에게 ‘공부’란 무엇일까. 요즘 우리 청년들은 과연 진리 탐구와 자아실현을 위한 ‘진짜 공부’를 할 수는 있는 걸까?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5일 충남 천안시 호서대에 ‘앵그리보드’를 설치하고 공부의 의미를 물어본 결과 “꼭 해야 하는 것” “삶의 이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 “내 발목을 잡으면서도 나를 발전시키는 역설적 존재”와 같은 긍정적인 답변도 있었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답변이었다.
청년들에게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象牙塔)이 아니라 ‘취업탑’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탑에서 지내는 청년들에게 공부는 ‘취업을 위한 의무’이거나 ‘이력 없는 스펙’ ‘시험을 보기 위한 수단’ ‘돈을 벌기 위한 수단’ 등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심지어는 “극혐(극도로 혐오)” “개 같은 것”이라는 답변도 있었고,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거나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무기력하게 적은 청년도 있었다.
특히 청년 취업난 앞에서 공부는 “나를 묶어두는 쇠사슬”처럼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공부에 대해 ‘취미’라고 적은 청년은 “요즘은 (취업 준비 때문에) 바빠서 취미생활을 못 해요”라고 바로 밑에 각주처럼 덧붙였다. 기업이 요구하는 각종 스펙과 직무능력까지 갖추려면 순수한 의미의 ‘공부’만 해서는 안 되고, 또 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 4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2.9%가 “기업 인·적성 검사에 대비한 공부를 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진리 탐구와 자아실현을 위한 공부는 하지 못하고 취업을 위한 도구로만 공부를 활용해야 하는 현실과 마주한 청년들의 모습을 앵그리보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