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은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사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렌플렉시스’의 판매 허가 승인을 받은 것.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FDA의 판매 허가를 받은 것은 창립 5년 만에 처음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이번 미국 판매 허가 승인은 회사 창립 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더 많은 자가면역 질환 환자들이 바이오의약품으로 치료받을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FDA가 바이오시밀러의 판매를 허가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으로 이번이 6번째다. 앞서 셀트리온이 ‘램시마’로 미국 허가를 받은 것을 포함하면 6개의 판매 허가 중 2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한국산이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미국 진출의 초석을 마련한 것은 한국 바이오의 세계 진출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FDA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은 렌플렉시스는 2016년 기준 연간 9조3000억 원 이상 팔리는 존슨앤드존슨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의 바이오시밀러다. 류머티스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등을 치료하는 약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앞서 2015년 한국, 2016년 유럽과 호주에서 렌플렉시스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FDA 허가가 고무적인 것은 미국 시장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끝판왕’ 격이기 때문이다.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200조원. 이 중 미국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세계 최대다.
바이오시밀러만 봐도 기회가 많다.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연달아 도래하기 때문이다. 시장리서치 회사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매년 54.4%씩 성장해 2020년 84억 달러(약 9조542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FDA에 판매 신청을 하고 허가까지 걸린 기간이 13개월로 통상(18∼24개월)보다 짧아진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2012년에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든 후발주자지만 공정 혁신과 글로벌 임상 시험에 대한 집중 투자 등으로 허가 기간을 단축했다. 향후 다른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미국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린 곳은 셀트리온이었다. 지난해 4월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FDA 승인을 받았다. 한국 바이오의약품으로 FDA 허가를 받은 첫 쾌거였다. 그해 5월 SK케미칼이 다국적제약사 CSL과 함께 개발한 바이오 신약 ‘앱스틸라’가 미국 시장을 뚫었다. SK케미칼은 미국 유럽에 이어 최근 호주 시장에서도 앱스틸라 판매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의 램시마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의 오리지널약은 같은 ‘레미케이드’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시밀러 제품끼리의 경쟁 구도가 진행되는 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8월 FDA에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와 공동 개발하는 바이오시밀러 ‘루수두나’의 판매 허가도 기다리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이 세계 정상 수준으로 올라서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바이오 신약이 하나 나오기까지 10년에서 20년이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일관성 있게 투자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바이오시밀러 업계의 대량 생산을 위한 인력 부족도 고질적인 문제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은 미래의 신성장동력인 바이오 의약품의 주무 부처가 없고 부처별로 쪼개 관리한다. 미국 일본처럼 일관성 있게 중장기적 비전을 세우고 지원할 정부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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