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船 발주 회복징후에 국내외 특허戰 치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대우조선, 日서 특허등록 승소

‘수주 절벽’으로 위기를 겪는 조선사들이 국내외에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이와 관련된 기술적 우위를 입증하기 위한 법정 싸움이 진행 중이다.

24일 대우조선해양은 ‘LNG 증발가스 부분 재액화 시스템(PRS)’에 대해 일본 업체가 제기한 특허등록 이의신청에서 최근 승소했다고 밝혔다. PRS는 2012년 대우조선이 국내에 특허출원하고, 지난해 6월에는 일본에서 특허를 낸 LNG 운반선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LNG를 선박에 실을 때는 영하 163도에서 냉각해 액체 상태로 바꾼 뒤 화물창에 담아 옮긴다. LNG를 액화하면 부피가 600분의 1 정도로 줄기 때문에 기체 상태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한 번에 옮길 수 있다.

하지만 화물창의 온도가 163도에서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액체 일부가 다시 기체로 돌아간다. 이때 가스를 화물창에서 제때 안 빼내면 내부 압력이 올라가 폭발 위험이 생기기도 한다. 보통은 압축기와 동력장치 등을 설치해 기체 상태의 LNG를 다시 액체로 바꿔 화물창으로 돌려보낸다.

하루 평균 화물창에서 기화되는 양은 전체 LNG 운송량의 0.1∼0.2%. 최근 발주되는 LNG 운반선의 크기가 17만 m³ 정도로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양이다.

대우조선에 따르면 자체 보유 기술인 PRS는 별도의 냉매 압축기를 설치하지 않고도 가스를 액체로 바꿔 화물창으로 돌려보내거나 선박 연료로 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기존 재액화 장치보다 설치비가 40억 원 정도 저렴하고, 연간 선박 운영비도 10억 원 이상 절감된다는 것이 대우조선의 주장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추가 비용을 들여 설치하는 게 아니라 선박에 장착돼 있기 때문에 PRS는 선주 입장에서는 이득이 되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PRS 기술은 대우조선이 특허를 낸 이후 한국 조선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다. 해당 기술을 둘러싸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 3’ 간 소송전은 일진일퇴 양상으로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5년 1심 격인 특허심판원에서 PRS 특허성을 인정하고 대우조선의 손을 들어줬지만, 올 1월 2심 격인 특허법원에서는 대우조선이 패소하면서 결과가 뒤집혔다. 지금은 조선 3사가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기존에 조선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쓰던 기술을 대우조선이 특허로 등록하면서 독창적인 기술인 양 선전해 수주 경쟁에서 불리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우조선은 “PRS는 이미 해외 10여 개국에서 특허등록이 돼 있고, 이번에 일본에서도 특허 유효성이 재확인되면서 대우조선 기술의 독창성이 인정됐다”며 맞서고 있다.

해당 기술이 특허분쟁에 휩싸이고 신경전 양상까지 보이는 것은 극심한 수주난 속에서 어느 편이 조금이라도 기술 우위를 갖고 있는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LNG 운반선은 한국 조선업계가 강점을 보이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현대중공업은 2011년 이후 LNG 운반선 90여 척을 수주했고, 대우조선은 LNG 운반선 부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153척의 수주 실적을 갖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운반선 발주가 하반기부터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형성되면서 조선 ‘빅 3’가 각자 기술력을 앞세워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다만 경쟁 과정에서 서로를 깎아내리는 식의 수주 활동으로 한국 조선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대우조선#lng#발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