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팀은 이달 초 한 4년제 대학에 ‘청년앵그리보드’를 설치하고 “3000자 자소서에 3줄 (합격, 불합격) 통보 보내는 기업들에 하고픈 말”을 물었다. 청년들은 “3줄로 평가될 삶을 살진 않았을 텐데요…” “떨어진 이유라도 좀?” 등이라고 적으며 취업준비생을 배려하지 않는 기업들에 불만을 쏟아냈다.
청년 구직자들은 보통 적게는 3000자, 많게는 1만 자가 넘는 자기소개서를 낸다. 몇 년 전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글자 수가 9000자였던 한 건설사는 회사 이름을 따 ‘○○백일장이 열렸다’는 비웃음을 당하기도 했다.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선 ‘이렇게 긴 글을 냈지만, 떨어진 이유도 모르고 어떤 사람을 뽑는지도 모르니 답답하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취재팀은 전현직 인사팀 관계자들을 만나 왜 이렇게 불투명한지 문의했지만 답을 듣기 어려웠다. 대외 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익명을 전제로 대답한 몇몇 관계자의 발언은 취업준비생들에게 꽤나 도움이 될 만했다. A카드사 인사팀 전직 관계자는 “최종 합격자 학교별 비율이 정해져 있다. 서울대 40%, 연세대 고려대가 40%, 나머지 20% 중 마지노선은 홍익대 라인”이라고 답했다. 토익 고득점자를 요구한다는 말은 없지만, 900점 미만 지원자는 탈락이라고도 설명했다.
B은행 인사팀 관계자는 “은행은 성실성을 본다. 다른 경력이 아주 특출하지 않다면 학점은 3.7점대 이상은 받아야 서류 합격이 된다. 영어는 딱 기준점만 넘어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무역 분야 C사 인사팀 관계자는 “영어 성적 제한은 높지 않고, 토익 800점대 후반만 받는다면 서류 통과가 가능하다. 어차피 면접에서 영어를 다시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기소개서 평가를 오래 맡은 한 담당자는 “기업 이름을 잘못 쓰면 가차 없다”며 “반말보단 존댓말, 개인적 일화보다는 경력과 관련된 담백한 이야기 위주로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실제 인사, 총무팀 직원을 뽑는다고 ○명이라 공고를 내지만 1명을 뽑거나 아예 안 뽑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내부 직원을 통해 인사 정보를 알아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취재팀이 수집한 채용 관련 생생한 정보는 페이스북(www.facebook.com/angryboard)을 통해 연재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