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었던 가계의 소비심리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가계의 체감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가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힘을 싣고 있다.
수출 훈풍이 계속되는 데다 대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경기 인식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실제 소비로 연결돼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2017년 4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2로 전달보다 4.5포인트 올랐다. 이 같은 상승 폭은 2013년 10월(4.9포인트)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크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올 1월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지만 2월부터 반등해 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달 지수는 지난해 10월(102.0) 이후 6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넘어섰다.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높으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투자 호조세가 국내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으면서 소비심리가 6개월 만에 ‘비관적’에서 ‘낙관적’으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다음 달 출범하는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국내는 ‘탄핵 정국’이 마무리됐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출범 이후 무역 보복 등을 가속화하지 않겠다는 걸 보여줬다. 이런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소비심리 개선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지표 가운데 경기 인식에 관한 항목들이 크게 좋아졌다.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 ‘현재경기판단’ 지수는 69로 전달보다 10포인트 뛰었다. 6개월 후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향후경기전망’ 지수(89)도 12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소비심리 개선이 본격적인 소비 회복세로 이어질지 단언하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적잖다. 아직까지 유통 현장은 꿈틀대는 소비심리가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는 분위기다.
3, 4월 진행된 봄 정기 세일에서 롯데, 현대 등 대부분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봄 세일 때보다 감소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도 전체 매출 신장률이 1% 미만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령화에 따른 노후 불안과 저성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 위축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소비 회복세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실제 5월 첫째 주에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여행업계를 중심으로 미약하지만 온기가 돌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에서는 4월 28일∼5월 7일 출발하는 국내 항공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형마트 등에서는 여행가방, 등산용품 등 관련 품목 판매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이날 발표한 한은의 ‘소비지출전망’ 지수에서도 의류비와 여행비 지출 항목의 상승세가 컸다. 김정식 교수는 “새 정부가 출범 초기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 이런 흐름이 내수 회복세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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