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함건 씨(27)는 지난해 7월 수도권에서 열린 음악축제를 다녀온 뒤 국내 여행이라면 고개를 가로젓는다. 주말 축제 기간 함 씨 일행은 7인실에 머물며 2박에 70만 원을 냈다. 하지만 뒤늦게 이 방이 원래는 3인실이며 가격도 비수기 주말에는 하루 6만 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함 씨는 “특수한 시기여서 어느 정도 비쌀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정도 ‘바가지’일 줄은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 같은 성수기 바가지요금이나 종업원들의 불친절한 태도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문제가 어제오늘 지적된 것이 아니지만 개선은 더딘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 국내 여행을 다녀온 내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관광지 물가만족도(5점 만점)는 가구여행객이 3.57점, 개인여행객은 3.61점으로 나타났다. 자연경관(가구여행객 4.14점, 개인여행객 4.12점)이나 숙박시설(4.04점, 3.93점), 교통시설(3.98점, 3.94점) 등의 만족도와 비교해 차이가 있다. 관광 종사자의 친절성에 대한 만족도 역시 가구여행객이 3.90점, 개인여행객이 3.88점으로 낮은 편이다.
최승묵 청운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관광업 종사자들이 대부분 내국인 관광객을 ‘한 번 오고 말 손님’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 이 같은 점들이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연경관이나 숙박시설이 가진 경쟁력이 성수기 바가지 물가나 종업원들의 서비스 태도 때문에 깎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바가지요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성수기와 비수기별 요금을 고객에게 명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철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요금을 처음부터 명확히 밝혀두면 관광업소가 성수기에 터무니없이 가격을 올리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다만 특정 기간에만 몰리는 여행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광 종사자의 불친절한 태도 개선을 위해선 꾸준한 교육 훈련과 미스터리 쇼핑(고객을 가장한 불시 점검) 활성화 등 관리 강화, 우수 업소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같은 다양한 방안이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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