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사회, 지주사 전환 결의
쇼핑-칠성음료-제과-푸드 4社… 사업-투자사 분할뒤 투자부문 합병
신동빈 우호지분의 지배력 커져
67개 순환출자고리 18개로 축소… ‘日 롯데와의 분리’ 속도낼듯
《 롯데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로 바뀐다. 신 회장은 올해 인사 및 조직개편, 뉴 비전 선포에 이어 지주사 전환까지 이뤄내면서 공고한 ‘신동빈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푸드는 26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각 기업을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인적분할 하기로 했다. 사업 부문은 기존 사업을 영위하고, 투자 부문은 지주사로 편입된다. 롯데는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각 투자 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
○ 막강한 한국 롯데 지주사 탄생
인적분할은 분할 전 회사 주주들이 지분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분할 후 서로 독립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롯데제과가 그룹의 모태로서 투자 부문 합병의 중심이 되면서 존속법인이 된다. 나머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3개사는 사업 부문이 존속법인이 된다. 롯데제과의 투자 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신설 투자 부문을 흡수 합병해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출범한다.
합병 비율은 롯데제과 투자 부문이 1이라면 롯데쇼핑 투자 부문이 1.1844385, 롯데칠성 투자 부문이 8.3511989, 롯데푸드 투자 부문이 1.7370290이다. 롯데 측은 외부 평가기관이 관련법에 따라 본질가치로 평가해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롯데지주 주식회사는 앞으로 계열사 업무 지원, 브랜드 관리 등의 역할을 맡는다. 소재지는 ‘뉴 롯데’의 상징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가 된다.
롯데그룹의 기업 분할 및 합병안은 8월 2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오너 일가와 계열사 지분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주총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1일이 분할 합병 기일이 되고 한 달간 각 4개사의 주식 거래는 멈춘다. 각 회사가 변경 상장 및 재상장 심사 절차를 거치면 10월 30일 거래가 재개될 예정이다.
○ 순환출자고리 67개→18개
기업 분할 후 신 회장과 주요 계열사 대주주는 사업회사의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한 후 투자회사의 신주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 회장의 지주사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단순 분할 합병 시 신 회장의 롯데 지주회사 지분은 11.2%, 향후 지분 스와프 및 현물출자를 거쳐 21.4%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호텔롯데의 타 계열사 지분을 지주사가 흡수하면 지주사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일본 롯데와의 분리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도 단순해진다. 서로 출자해 얽히고설켰던 순환출자고리를 2015년 416개에서 지난해 8월까지 67개로 줄였고, 이번 지주사 전환 결정으로 18개로 줄어든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가 단순화하면서 주주 중심의 투명경영, 저평가됐던 기업가치 제고, 계열사별 책임경영이 가능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롯데의 기업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에는 신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롯데그룹은 당초 호텔롯데 상장 뒤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등의 기업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그렸지만 순서를 바꿨다. 롯데그룹에 경영 비리 및 뇌물 혐의에 대한 재판이 이어지고 있고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인 면세점 사업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의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호텔롯데 상장을 기다리기보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불투명한 경영구조 개선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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