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그룹 올들어 39척 수주… 세계시장 일감 22% 따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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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만에 작년 수주량 39% 달성… 삼성重-대우조선은 아직 기대이하
업계 “바닥 찍고 반등 청신호 기대”


전 세계적인 수주 가뭄으로 조선사들이 생존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이 ‘소나기 수주’를 했다. 올해 들어 세계시장에 나온 선박 건조 일감의 4분의 1 가까이를 따내 한국 조선업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26일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 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가 올해 1월부터 이달 26일까지 총 39척, 23억 달러 규모의 수주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이 기간 탱커(유조선) 13척과 가스운반선 2척을 수주해 총 15척, 14억 달러의 계약을 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석유화학제품운반선 18척 등 총 24척, 9억 달러의 일감을 따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따로 영업조직이 없어 현대중공업이 한꺼번에 수주 계약을 체결해 일감을 배분한다.

지금까지 실적으로만 보면 2015년 이후 가장 좋은 출발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4월 4억 달러(8척) 수주에 그쳤다. 지난해 수주 실적 59억 달러(64척)와 비교하면 넉 달 만에 지난해 수주량의 39%를 채운 것이다.

수주 성과들은 이달 들어 집중적으로 나왔다. 이달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5척(4억200만 달러), 현대미포조선은 13척(4억3000만 달러)의 수주 계약을 맺었다. 향후 업황에 따라 추가 발주하겠다는 계약 조건도 있어 계약 규모는 최대 31척, 15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조선·해운전문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1월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발주 선박은 174척.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이 39척을 수주했으니 전 세계 조선소 일감의 22%를 가져간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불황에서 벗어날 때는 ‘톱 티어(Top Tier·선두그룹)’에서부터 해빙의 기운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최근 실적들이 조선 업황 회복의 신호탄이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이달 1일 비조선 사업 부문들을 분사(分社)한 것도 선주사들이 일감을 맡길 때 가산점을 준 요인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분사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144%였던 부채 비율을 96.4%로 낮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신조선가(새로 발주되는 배의 가격)가 하락 추세인데도 최근 체결한 계약들은 대체로 시장가격에 비해 높게 받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조선업 ‘빅3’ 중 나머지 조선사들의 상황은 아직 녹록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연초 대규모의 부유식 원유·가스 생산설비(FPU) 1기를 12억7000만 달러에 수주하는 등 굵직한 계약을 따냈지만 상선은 올해 들어 아직 한 척도 계약을 맺지 못했다. 법정관리 위기까지 갔다가 채무재조정에 성공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 실적은 7척, 7억700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바라보는 향후 수주 전망도 긍정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말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과 대형 유조선 등 총 3척의 계약 체결이 예정돼 있고, 현대미포조선은 액화천연가스(LNG)벙커링선(연료공급 선박) 2척을 추가 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회사 분할 뒤 다음 달 10일 재상장을 앞두고 있다. 수주 가뭄이 해소되고 있는 분위기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27일 발표하는 1분기(1∼3월) 실적은 5개 분기 연속 흑자가 예상된다.

조선업계에서는 한국 조선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의 수주 실적 개선이 중소형 조선소 등으로까지 확산되기를 바라고 있다. 조진만 부산대 조선해양플랜트글로벌핵심센터 교수는 “지난해 같은 수주 절벽이 올해도 이어진다면 전 세계적으로 살아남을 조선사가 몇 군데 없을 것이다. 올해는 바닥을 찍고 상승하기 위한 ‘터닝포인트’ 시기”라고 분석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현대중공업#수주#조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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