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노조 가운데 유일하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한 지붕 노조 아래 있었던 기아자동차 노조가 결국 동거를 끝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기아차노조)가 비정규직 사내하청 근로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기로 의결했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사실상 내팽개친 것으로 ‘귀족 노조’임을 자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기아차노조는 조합원 자격을 ‘기아차 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에서 ‘기아차㈜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로 바꾸는 규약 변경 안건을 조합원 총투표에 부친 결과 71.7%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28일 밝혔다. 투표(27, 28일)에는 전체 조합원 3만1082명 중 2만6711명이 참여해 1만915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노조 규약은 재적 조합원 과반수가 투표에 참여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변경할 수 있다.
당초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 총투표를 밀어붙인 것 자체가 사내하청 근로자를 몰아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정규직 조합원은 2만8000여 명이지만 사내하청 조합원은 2800여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와 민노총은 물론이고, 시민단체와 정의당까지 투표 반대 성명과 논평을 냈지만 지도부는 총투표를 강행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지부 가입 자격은 원청인 기아차에서 일하는 정규직에게만 부여되고, 기아차 소속이 아닌 사내하청 근로자는 자격을 잃게 됐다. 사내하청분회는 현대자동차처럼 별도의 지회로 금속노조에 직접 가입하거나 경기지부의 분회로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아차노조와 분리된 이상 교섭력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도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4000여 명 중 1049명만 특별채용(정규직 전환)하기로 사측과 기아차노조가 합의한 상태다. 사내하청분회가 정규직 전환 인원을 더 늘리기 위해 파업 등 독자 투쟁을 전개할 경우 노노(勞勞)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도 높다.
사내하청분회 소속의 한 근로자는 “정규직 노조가 해야 할 일은 비정규직을 내보내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함께 싸우는 것”이라며 “막상 이렇게 결과가 나오니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도 가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전국의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절망감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기아차노조는 이날 투표 결과와 관련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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