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장관급’ 中企정책 부처가 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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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원 산업부 차장
주성원 산업부 차장
요즘 중소기업청이나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들을 만나면 온통 새 정부의 ‘중소기업부’ 신설 여부가 화제다. 중소벤처기업부(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소기업부(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창업중소기업부(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중소상공인부(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명칭과 기본 역할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요 대선 후보들이 모두 중소기업 정책을 주관하는 장관급 부처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숙원이었던 ‘중기부’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차관급 외청인 중기청이 ‘승격’해 신설 부처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많다.

중소기업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장관급 위상을 갖게 되면 정책 입안과 시행에 힘이 실리는 것은 사실이다. 예산권이 확보되고, 예산 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 관련 법안 발의권과 부처 간 행정 조정권도 생긴다.

다만 이런 위상을 논하기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이른바 중소기업부의 역할과 기능에 관한 문제다.

현재의 중소기업 정책은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로 재정을 투입해 벤처기업,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중기청 및 산하기관 등의 주요 역할이다. 중소기업의 운영 자금이나 연구개발(R&D)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일이 많다. 산업 구조 고도화나 산업 구조조정, 신산업 발굴 및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진 다른 부처의 정책에 비하면 다소 단편적이고 일률적이다. 지난해 중기청 예산은 8조1000억 원.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하면 9조8000억 원이다. 예산의 상당 부분이 이런 목적으로 투입됐다.

장관급 부처가 되면 단순한 나눠주기식 중소기업 정책은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보다는 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정책의 초점을 벤처·중소기업의 발굴과 육성, 그리고 중견기업, 대기업으로의 단계적 성장에 맞춰야 한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단순한 지원 정책으로는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을 떨쳐내기 어렵다. 규모가 작으면 지원을 받고, 규모가 커지면 규제를 받는데 굳이 기를 쓰고 사업을 키울 이유가 없다.

비슷한 맥락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호’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중소기업을 육성이 아닌 보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중소기업을 ‘을’ 또는 ‘피해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실제 하청관계에서는 대기업의 ‘갑질’만큼이나 중소기업 사이에 벌어지는 ‘갑질’도 빈번하다. 보호의 대상과 규정을 좀 더 세밀하고 선별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보호보다는 엄격한 기준을 수립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쪽이 중소기업 체질 강화에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장관급 부처라면 적어도 중소기업의 발굴과 육성, 보호와 지원의 대상을 명확히 구분해 각각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기업의 ‘떡잎’ 단계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역량과 체계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소정의 요건만 갖추면 일단 지원하고 보는 식의 행정 관행으로는 달성이 어렵다.

중기청, 중기중앙회 관계자들이 중기부 승격을 기대하며 박수만 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장관급’에 걸맞은 업무 수행 역량과 체계, 그리고 의지가 있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준비해야 할 때다.

주성원 산업부 차장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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