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기업들은 재무적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기획에 집중해 왔다. 전략기획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의 창의성이 기업의 주요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과연 전략기획을 강화하는 게 올바른 일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전략기획을 통해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높이는 동시에 혁신 활동을 증진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이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중국 하얼빈공대와 미국 시애틀대 및 미주리대, 연세대 합동 연구팀이 하이테크 산업에 속한 227개 기업의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 건수와 투자자본수익률(ROI)에 대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일반적으로 전략기획 기능이 강한 기업일수록 더 높은 수준의 투자자본수익률을 보이지만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는 더 적게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기업이 소수의 신제품 개발에 자원을 집중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이나 새로운 지식의 창조와 활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상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경우 전략기획 기능을 강화하는 게 더욱 적극적인 신제품 개발 활동으로 연결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업원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창의성을 장려한 결과다. 이에 따라 전략기획 과정도 조직의 효율성 제고보다 혁신을 통한 목표 달성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발견됐다.
전통적으로 전략기획 기능을 강화하면 혁신 활동은 저해된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기업의 위험 감수 성향이 높고 새로운 지식의 생성과 활용에 높은 가치를 두는 기업일수록 창의적인 대안 발굴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전략기획 기능은 혁신을 제한하고 내부 효율성을 높이기보다 신제품 개발 등의 혁신 활동을 촉진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결국 기업의 혁신은 기업이 어떤 관리기법을 활용하는가가 아니라 어디에 가치를 두는지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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