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물가가 2% 안팎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물가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수출이 이끌고 있는 경기 회복세가 내수 회복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9% 올랐다. 지난해 9월(1.3%) 이후 1.5%를 밑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대로 올라섰다. 이후 2월 1.9%, 3월 2.2%를 보이며 꾸준히 2% 안팎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석유류가 11.7% 올라 전체 물가를 0.48%포인트 끌어올렸다. 집세를 포함한 서비스물가도 2.2%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1.21%포인트 높였다. 특히 전세는 3.1% 올라 지난해 7월(3.1%) 이후 가장 상승 폭이 컸다.
가계의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2.5%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2%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달걀(52.3%)의 상승 폭이 여전히 컸고, 금어기로 공급이 줄어든 오징어(46.8%)도 가격이 크게 뛰었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급식 수요가 늘면서 일부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갈수록 상승폭이 줄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1, 2월 1.5%에서 3월 1.4%, 4월 1.3%로 점점 낮아졌다.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생산, 투자 지표가 개선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최근 경기 회복세가 가계 구매력 확대와 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이 이례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산업의 특성상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며 “가계가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나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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