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제주 제주시 애월읍 한담 해안. 서울의 ‘가로수길’ ‘경리단길’ 못지않은 카페거리로 새롭게 뜨고 있는 해안가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가족과 연인들이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카약을 타고 여유롭게 노를 저었다. 최근 개장한 올레코스를 걷는 올레꾼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근처 식당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내건 카페도 문전성시였다. 정모 씨(32·여·부산)는 “파란 바다와 거뭇거뭇한 현무암이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나 이색적”이라며 “모처럼 긴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제주를 찾았는데 새로운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길게는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징검다리 황금연휴가 진행되면서 제주가 들썩이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북핵 위협으로 중국·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한 데 따른 우려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2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번 연휴 동안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약 48만8000명으로 예상됐다. 이 중 내국인은 45만2000명. 지난해 같은 기간 38만828명에 비해 18.7%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3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653명과 비교하면 무려 67.5%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휴 초반인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사흘간 제주를 찾은 중국인은 약 4900명. 중국 노동절 연휴인 걸 감안하면 여전히 ‘사드 후폭풍’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중국인 2만7900명이 제주를 찾았다.
급감한 중국인 관광객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했던 일본 시장도 ‘북핵’ 복병으로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3일부터 7일까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연휴인 ‘골든 위크’이지만 한반도 정세불안 등으로 일본인들은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이 기간에 제주를 방문할 예정인 일본인 관광객은 950여 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관광업계의 표정은 엇갈렸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주로 찾던 시내 면세점과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쇼핑센터, 호텔 등은 개점휴업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그러나 내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해안 카페나 맛집 테마파크 올레길 골프장 등은 기대 이상의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최근 제주시 애월읍 해안도로에 고깃집을 개업한 한모 씨(42·여)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개업했다가 사드 문제가 터져 걱정했는데 내국인 개별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져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이번 연휴 때 호텔과 렌터카 등의 예약은 일찌감치 90%를 넘어섰다. 항공기 임시편 132편이 추가되는 등 모두 4547편이 운항될 예정이지만 남은 항공권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이승찬 제주도 관광국장은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으면서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기운이 빠졌던 관광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았다”며 “특별상황실을 운영해 바가지 상술 등 관광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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