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만난 취업준비생 김선주 씨는 망설임 없이 취업을 ‘수능’이라고 표현했다. 취업준비 과정에서 수많은 과목을 공부하고 자격시험 준비 등에 ‘생돈’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취업준비 비용이 포함된 취준생의 월평균 생활비는 49만8000원이다. 교육부가 공개한, 사교육에 참여하는 고교생의 지난해 월평균 지출 비용인 49만9000원과 거의 같다.
‘스펙 타파’를 외치며 2015년부터 공기업 등에 도입된 국가직무능력표준(NCS)마저 자체의 불명확성으로 취준생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학력보다 각 직무에 필요한 직무능력을 객관적으로 선별해 기준에 맞는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지만 일부 취준생은 “이 또한 따로 문제집을 사서 준비해야 하는 또 다른 취업고시”라며 ”기준도 와 닿지 않고 정권이 바뀌면 없어질지도 모른다”면서 불안해한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기업의 파격적이고 합리적인 인재 선발 방식은 취준생 사이에서 미담으로 입소문이 번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제니퍼소프트는 지원자의 스펙 대신에 지원자에게 프로그램 알고리즘 등을 문제로 제시한 후 풀이 과정을 보고 직무적성을 평가한다. 웹툰 기업인 레진코믹스는 채용공고에 ‘업무 외에 (자전거, 다트 던지기 등) 무언가에 심각하게 빠져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고 명시한다. 소위 ‘덕후’라 불릴 정도로 특정 분야에 깊게 몰입한 지원자의 ‘집중력’을 직무적성으로 높이 평가하는 것. 이 같은 방식에 대해 취준생 이주영 씨(27·여)는 “큰돈 들일 필요 없이 전공이나 취미에 빠지면 취업과 직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평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