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니클로는 최근 소비자의 취향이나 몸 사이즈에 딱 맞는 맞춤형 의류를 열흘 이내에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기존에는 1년이 걸리던 옷의 기획과 생산 판매를 2주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아리아케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판매점에서 팔리는 옷이나 소비자의 취향은 전자태그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디자이너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돼 생산 기획에 활용된다. 그만큼 생산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시장 수요를 잘못 판단해 생기던 재고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상품을 만든 뒤 팔겠다는 게 아니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서 팔겠다는 제조업체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이다. 유니클로는 반년이나 1년 전에 상품을 기획해 파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따뜻한 겨울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피할 길은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이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아리아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시대가 의류제조업에서 정보제조소매업으로 바뀌고 있다”며 구글이나 아마존을 경쟁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늘 입어 오던 옷뿐만 아니라 주방에서 사용하던 오래된 제품인 믹서에도 신제품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가구 업체 한샘이 처음으로 만들어 팔고 있는 진공 믹서 ‘오젠’이 그 주인공이다. 진공 상태에서 과일을 갈아 재료와 공기의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산화를 방지하고, 원재료의 색과 영양소를 더 많이 살려 준다는 제품이다. 믹서 시장에서 진공 상태에서 과일을 간다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즙이 층층이 분리되는 현상도 줄고, 맛도 한층 더 진하다는 게 써 본 사람들의 평가다.
평범한 믹서에 혁신을 불어넣은 이 제품은 지난해 제네바 국제 발명품 전시회에서 금상과 함께 전시 주최 측이 수여하는 특별상도 동시에 받았다. 한샘 측은 “오젠을 발판 삼아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판 TV도 평범하게 보인 지 오래인데 최근 이 시장에도 획기적인 제품이 등장했다. LG전자가 올해 내놓은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W’다. 이 제품은 두께가 4mm에 불과하고 광고에서 무용수들이 하는 것처럼 벽에 밀착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다. 화면만 남기고 모든 것을 다 들어내는 단순함으로 TV를 예술품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획기적인 제품력 덕분에 1400만 원이라는 고가에 판매하고 있다. 이런 고가 신제품에 힘입어 LG전자에서 TV 사업을 하는 HE사업본부는 1분기 영업이익으로 3822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영업이익률도 8.8%로 1분기 실적으로는 최고였다.
세계 경기는 회복되고 있다는데 내수 시장에는 아직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달 일제히 매출 감소를 겪었던 백화점들은 이번 황금연휴에 매출 증가를 기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큰 재미는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등의 영향이 있었다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항상 어렵고 소비자들은 늘 쓸 돈이 부족하다. 그러나 해답은 언제나 돈보다 뛰어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최근에 등장한 신제품들은 웅변하고 있다. 기업은 결국 ‘신상품’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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