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兆 넘는 볼보코리아, 기부는 2억원대 그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2일 03시 00분


CEO스코어, 500대 기업 작년치 분석
외국계기업, 순익 대부분 본사 송금… 배당성향 75%… 국내기업의 3배
828억 번 유니클로, 기부금 제로

볼보그룹코리아는 지난해 1조619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은 572억8400만 원이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은 192.0%다. 같은 기간 볼보그룹코리아가 국내에 낸 기부금은 2억4900만 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0.0154%에 불과하다. 순이익의 두 배를 배당하면서 국내 기부에는 극히 인색했던 것이다. 이 회사는 스웨덴 본사가 지분 100%를 가져 배당금은 모두 해외 본사로 간다.

1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대기업들은 당기순이익의 4분의 3을 배당하면서도 기부금 비율은 미미했다.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에 포함된 외국계 기업 44개사와 국내 기업 374개사의 배당 성향과 기부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외국계 기업은 최대주주나 최상위 지배기업이 외국계인 기업을 기준으로 했다. 12월 말 결산 기업 32개사는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그 외 결산(3·5·8·9월 말) 기업 12개사는 2015년 실적을 토대로 분석했다.

국내 진출 외국계 기업은 전체 당기순이익 3조5451억 원 중 2조6917억 원을 배당에 썼다. 평균 배당 성향이 75.9%다. 국내 기업 평균인 23.6%의 3배가 넘는다. 외국계 기업은 비상장사이면서 해외 본사가 지분 100%를 가진 곳이 대부분이다. 이 기업이 배당한 돈은 결국 해외의 본사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은 전체 매출 115조7900억 원 중 고작 604억 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0.05%다. 국내 대기업(0.12%)의 절반 이하다.

배당성향이 100%가 넘는 기업들은 볼보그룹코리아 외에도 동양생명(170.2%) 도시바일렉트로닉스코리아(153.5%) 콘티넨탈오토모티브시스템(149.4%) 아디다스코리아(140.1%) 이베이코리아(135.6%) 한국쓰리엠(113.7%) 비엠더블유코리아(101.0%) 등이 있다.

한화엘앤씨 도레이케미칼 코스트코코리아 푸르덴셜생명 유안타증권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등 흑자기업 12개사와 알리안츠생명 유코카캐리어스 한국지엠 필립모리스코리아 등 4개 적자기업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등을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매출 1조1822억 원에 당기순이익 828억 원을 냈지만 기부는 한 푼도 하지 않았다. 조사 대상 중 유일한 ‘기부금 0원’ 기업이다. 르노삼성자동차(5000만 원) 노무라금융투자(1000만 원) 한국스티롤루션(500만 원)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도 0.0003∼0.0008% 수준이었다.

기부금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아프로파이낸셜대부로 매출의 0.3265%(27억9900만 원)였다. 필립모리스코리아(0.2528%·17억1700만 원) 유한킴벌리(0.2154%·32억3100만 원) 에스원(0.1634%·29억9000만 원) 에쓰오일(0.1396%·227억8700만 원)도 기부를 많이 하는 기업으로 꼽혔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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