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금융계열사 ‘통합감독’ 도입 급물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5일 03시 00분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 실행 논의 착수
동양, 2013년 CP 불완전 판매후 재벌 금융계열사 감독 필요성 제기
삼성-현대차-한화 등 4~10곳 대상… 자본적정성 여부 그룹차원서 평가
他 계열사와 거래 내용 쉽게 파악 “당국의 대기업 장악력 커질 듯”

‘재벌 개혁’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칼날이 삼성, 현대자동차, 한화그룹처럼 금융 계열사를 여럿 거느린 대기업집단으로 향하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이 대기업 계열 금융사 전체를 한꺼번에 감독하는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통합감독 체계가 도입되면 금융당국의 감독·검사 권한이 비(非)금융 계열사를 아우르는 대기업집단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재벌 기업에 대한 정부의 장악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재벌 금융 계열사 통합감독 도입 탄력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과 관련한 논의에 착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통령 업무보고 때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에 대한 준비 사항과 향후 추진 계획을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금융당국은 KB금융, 하나금융 같은 금융지주그룹에 한해 계열사 전체를 묶어 리스크를 따져보고 자산 건전성 등을 감독하는 통합감독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한화 동부 롯데그룹처럼 보험, 증권, 카드 등 다수의 금융 계열사를 둔 대기업들은 관련법상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되지 않아 통합감독의 대상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은 통합감독을 이들 대기업집단에도 확대해 감시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룹 내 금융 계열사와 비(非)금융 자회사 간의 자금 거래로 부실이 발생해도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근거다. 2013년 동양증권을 통해 부도 직전의 자회사 기업어음(CP) 등을 불완전 판매해 막대한 투자자 손실을 입힌 ‘동양그룹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동양 사태 이후 금융위는 2015년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기로 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금감원도 지난해 금융지주감독팀을 금융그룹감독팀으로 개편하는 등 내부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과 공정거래위원회 규제와 중복될 수 있다는 지적 등이 나오면서 도입에 진척이 없었다.

○ 삼성그룹 등 재계 긴장

통합감독 규제를 받을 대기업집단의 기준은 △금융 계열사 자산 5조 원 이상 △금융자산 비중 40% 이상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선정 기준에 따라 삼성, 현대차, 한화 등 4∼10개의 대기업집단이 감독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이뤄지면 이들 대기업집단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 적정성 평가를 받게 된다. 계열사 간 출자 금액을 차감한 뒤 그룹 전체의 자본이 충분한지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 당국이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계열사와의 자금 거래를 쉽게 파악할 수도 있다. 또 금융지주사처럼 그룹 내 대표 금융회사를 정하고, 이 대표 회사가 계열사들의 재무 현황과 리스크 관리 실태 등을 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어떤 기준이 도입되더라도 삼성은 통합감독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금융 계열사의 맏형 격인 삼성생명은 당장 자본 적정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지난해 말 삼성생명의 자산 264조6538억 원(연결재무제표 기준)에는 삼성전자 주식 보유액만 약 19조 원이 포함돼 있다. 통합감독 시스템에선 계열사 간 출자한 자본은 적격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자본 적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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