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지난달 초 충남 천안시 호서대 천안캠퍼스에 ‘열정페이 강요하는 기업들에 하고픈 말’이라고 적힌 ‘앵그리보드’를 내놓자 한 청년이 적은 의견이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기업이나 업체 운영자에게 던지는 절박한 호소다.
“정정당당하게 일한 만큼 주세요!!” “열정은 존중하되 페이는 제대로 주세요!” “네가 받아 봐라, 열정페이”.
많은 청년들이 앵그리보드에 울분을 쏟아냈다. 이들에게 열정페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돈의 문제와 의미를 넘는 것이었다. “열정으로 연봉 주면 내 연봉은 억대!”라고 쓴 한 청년의 생각처럼 청년들은 자신의 노력과 헌신이 ‘응답’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만큼의 보상을 원한다. 하지만 상당수 청년은 자신이 지원하는 기업이 제대로 된 보상을 지급하는지, 열정을 존중하는 근로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지원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은 지원자들에게 추상적인 수준의 정보밖에 제공하지 않는다. 많은 청년들이 임금으로 도대체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야근은 얼마나 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 기업에 들어가겠다며 밤새워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쓴다.
지난달 경북의 한 대학에서 만난 청년은 학교가 방학을 이용해 마련해 주는 현장 체험을 칭찬했다. 실제로 기업에서 일하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는 것. 또 현장에서 만난 미래의 ‘선배’들이 주변에 있는 기업은 어떤 곳인지, 근무 환경이 어떤지,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상세히 알려줬다고 한다. 이 청년은 이렇게 땀 흘려서 얻은 정보를 친구들과 공유하고 있다.
좋은 사례다. 하지만 그만큼 아쉬운 사례일 수도 있다. 청년 각자가 몸으로 부딪치며 정보를 모으고 알음알음 주변에 알려줘야만 기업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한 청년은 앵그리보드에 “열정페이 받을 바엔 그냥 알바하겠다”고 했다. 이 말에서 한발 더 나가 보면 이렇다. ‘내가 취업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정보를 줘야 취업을 하든 알바를 하든 결정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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