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기 시범사업 했다 중단… 기업 참여-전담기구-인프라 구축
3박자 맞아야 제대로 뿌리내려
새 정부의 국민 휴가 지원 정책이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정부는 예산 550억 원을 투입해 국민들의 휴가비를 지원하는 ‘한국형 체크바캉스’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근로자와 기업체, 정부가 일정 금액을 함께 부담해 기금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근로자의 국내 여행을 지원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근로자 1명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10만 원씩의 휴가비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정부가 500억 원의 예산을 풀면 50만 명의 근로자가 20만 원(기업 지원비 포함)의 휴가비를 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200만 명의 휴가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려도 있습니다. ‘근로자휴가지원제도’가 이미 한 차례 실패했던 제도였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4년에 프랑스의 체크바캉스 제도를 벤치마킹해 시범사업을 실시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1년 만에 중단됐습니다.
문제는 당시의 실패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우선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당근’이 부족합니다. 이미 근로자에게 휴가비를 지원하고 있던 기업들에는 단비 같은 제도겠지만, 휴가비 지급은커녕 직원의 휴가 사용조차 껄끄러워하는 대다수의 기업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2014년 시범사업 당시에도 참여 기업이 적어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아직 마땅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지속 가능한 휴가비 지원 방식도 필요합니다. 한국의 경우, 짧은 기간에 효과를 보기 위해 정부가 금전적인 지원을 하며 기업과 근로자를 견인해 가는 형태로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에만 의존하면 정책은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공공기관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공제회 형식의 지원기구가 있어,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와 전담기구의 자율적 운영이 보장됩니다. 그 결과 프랑스의 체크바캉스 제도는 1982년부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도를 뒷받침할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프랑스는 체크바캉스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 ‘휴가마을’ ‘휴가숙소’ 등 전용 사용처를 따로 마련했습니다. 반면 국내에선 체크바캉스 사용처조차 확정하지 않은 채 2014년에 시범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포인트 사용처가 부족하다’거나 ‘포인트를 어디서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민원이 넘쳐났습니다. 이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문제를 알면 답이 보입니다. 이번에 추진될 한국형 체크바캉스가 소기에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 당국자나 민간기업들이 과거의 실패를 잘 되짚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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