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반환으로 10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오는 용산공원을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공론화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으로 지연됐던 논의가 재개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 센트럴파크 같은 생태자연공원을 만들 것”이라고 공약하면서 ‘완전한 국가공원’을 요구해온 서울시의 주장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용산공원의 미래, 국민에게 묻는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첫 공개 세미나를 시작으로 국민과 함께 용산공원의 미래를 고민하는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을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국토부는 총 8회의 공개 세미나와 답사 등을 진행해 국민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용산공원은 용산 미군기지가 경기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남게 되는 터에 243만 m² 규모로 조성되는 최초의 국가 도시공원이다. 2003년 한미 정상 간 용산기지 평택 이전 합의 이후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 의해 추진돼 왔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병참기지, 광복 후 미군기지였던 ‘금단의 땅’을 100년 만에 국민에게 돌려주는 역사적 의미도 크다. 현재 2011년 종합기본계획 수립, 2012년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거쳐 공원의 밑그림을 그리는 공원조성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19일 첫 세미나는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의 진행으로 용산공원 추진 경과와 기지 내 보존 건축물 활용 논란을 짚어본다. 27일에는 시민들이 용산기지의 경계부를 둘러보며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용산기지 둘레길 체험’이라는 주제로 행사도 연다.
이후 문화·예술 플랫폼(6월 23일), 공원 운영(7월 21일), 역사·건축물(8월 25일), 도시 구조(9월 22일), 조경·생태(10월 20일), 청년들 시각(11월 18일)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이어진다.
세미나 결과는 홈페이지(www.yongsanparkrt.com)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되고,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들은 올해 말 재개될 공원조성계획 수립 과정에 충실하게 반영할 계획이다.
배성호 국토부 용산공원추진단 공원정책과장은 “지난해 정부부처 중심의 콘텐츠 논란을 겪으면서 기존의 전형적 국책사업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긴 호흡으로 국민과 함께 용산공원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 문 대통령, “용산공원, 뉴욕 센트럴파크 될 것”
문 대통령이 당선되고 청와대에 서울시 출신이 대거 진출하면서 용산공원 조성 방향에서도 서울시의 주장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서울시는 국토부 주도로 추진해온 용산공원 조성계획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지난해 4월 국토부는 부처별 공모를 통해 용산공원 내 기존 건물을 활용하거나 신축해 경찰박물관(경찰청), 어린이아트센터(문화체육관광부), 여성사박물관(여성가족부) 등을 만들기로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정부 부처별 나눠 먹기’ ‘부지 선점식 난개발’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11월 정부는 공원 내 보전 건축물 활용 방안을 백지화하고 생태공원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새 건물은 짓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는 또 정부 부처시설, 미군 잔류 부지를 공원에 모두 포함시켜 온전한 형태의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용산기지 터에는 전쟁기념관, 방위사업청, 국방부 등 정부 시설이 93만 m²를 차지한다. 미국대사관 예정 부지와 헬기장, 드래건힐 호텔 등 미군 잔류 부지도 22만 m²에 이른다. 이를 제외하면 공원은 전체 면적 358만 m²의 68%에 불과해 ‘반쪽짜리 공원’에 그친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또 용산공원특별법을 개정해 국토부 차원이 아닌 대통령 직속위원회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라며 “다만 미군 잔류 부지는 한미 간 합의 사안이어서 국토부 차원에서 결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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