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혁 기자의 어떻게 벌까요]대어급 덥석?… 공모가 거품 잘 살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8일 03시 00분


공모주 투자 여전히 매력 있나


이건혁 기자
이건혁 기자
지난달 25, 26일 넷마블게임즈 공모 청약을 통해 88주를 받은 신모 씨(34)는 요즘 속이 쓰리다. 이 회사의 주가가 12일 상장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공모가 밑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이자 신 씨는 공모주 투자를 당분간 접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던 넷마블게임즈와 ING생명을 포함해 새내기주(株)의 절반 이상이 공모가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주 거품’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새내기주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6개를 포함해 총 23개다. 이 가운데 스팩을 제외한 17개 종목이 이날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평균 24.4% 올랐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공모주의 거품이 드러난다. 새내기주의 절반이 넘는 9종목이 공모가보다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자율주행 관련 회사 모바일어플라이언스(212.86%), 제약사 신신제약(97.78%) 등 일부 종목이 공모가를 크게 뛰어넘는 수익률을 올리면서 ‘평균의 착시’가 나타난 것이다.

특히 최대어로 꼽혔던 넷마블게임즈는 이날 7.69% 폭락하며 공모가(15만7000원)보다 8.28% 낮은 14만4000원으로 추락했다. 역시 대어급으로 꼽혔던 ING생명도 0.94% 떨어지며 3만1650원으로 마감해 공모가(3만3000원)를 넘지 못했다.


공모주 투자는 코스피가 답보 상태에 머무른 최근 2년간 투자 대안으로서 주목받았다. 여기에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IPO에 나서면서 공모주 시장 규모가 5년 만에 최대인 6조4700억 원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적이 부진한 공모주가 속출하면서 투자자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당장 수익률이 낮다고 해서 공모주 투자를 외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유가증권시장 20개와 코스닥시장 100개 기업이 상장을 추진할 것을 보고 올해 공모 규모만 10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항공사인 진에어를 비롯해 에너지 공기업 남동발전, 동서발전 등도 올해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공모주의 옥석을 가리려면 공모 가격을 제대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모 가격이 동일 업종보다 높은 종목은 상승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지만, 가격이 낮게 책정된 종목은 짧은 시간 안에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모바일어플라이언스는 상장 당시 낮은 공모가로 주목을 받은 반면, 넷마블게임즈는 다른 게임사들에 비해 약 2배 높은 주가수익비율(PER) 때문에 거품 논란이 일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내기주 주가가 상장 후 무조건 오르지는 않는다. 회사 이름값에 혹하지 말고 공모 가격, 경쟁사의 PER, 성장 가능성을 비교 분석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넷마블게임즈#공모#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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