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19일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경영권 지분 인수에 컨소시엄 파트너와 최종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파트너는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및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SK하이닉스-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은 도시바 측에 경영자매수(MBO·Management Buy Out) 방식을 제안했다. 도시바가 100% 지분을 가진 ‘도시바 메모리’의 지분 51%만 인수하고 나머지는 도시바 경영진 등이 보유하는 형태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SPC)에 자금을 공급하는 형태로 참여할 계획이다. 인수 금액은 컨소시엄이 1조 엔(약 10조1200억 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측은 이 중 절반 정도를 부담하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는 데는 두 가지 장애물이 있다. 먼저 해외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내 부정적인 목소리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도시바와의 계약에 성공하더라도 미국과 중국 등에서 독점금지법을 근거로 기업결합을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베인캐피털을 앞세움으로써 이런 장벽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그나마 여론이 우호적인 미국과 손잡아 기술 유출 및 기업결합 반대 우려를 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INCJ)를 소수 주주로 끌어들여 대규모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것도 묘수로 평가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INCJ가 누구의 손을 잡을지는 미정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남은 변수도 많다. 우선 독점교섭권을 주장하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재판소에 도시바 메모리 매각 중지를 요구하는 중재를 신청했다. 도시바 측은 “매각 방해 행위”라며 공개적으로 항의한 상태다. 중재재판소가 긴급중재에 나설 경우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이 지연될 수 있다.
도시바 메모리 입찰에는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브로드컴, 대만 훙하이 등이 도전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만약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되더라도 실사 과정에서 또 다른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도시바가 글로벌 낸드플래시 2위 업체이지만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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