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순부터 한여름 무더위를 실감케 하는 날들이 늘어나고 있다. 급변하는 21세기의 오늘을 살고 있다지만, 24절기 4계절 어김없이 찾아오던 자연의 법칙마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하다. ‘지구 온난화’를 체감하는 셈이다.
최근 봄철이면 이른 더위와 함께 미세먼지가 화제로 떠오른다. 올해는 경남 지역의 대표적인 봄 축제인 진해 군항제를 눈앞에 두고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이어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벚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시기를 미세먼지라는 불청객이 방해하는 것 같아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이제는 외출 전 미세먼지 농도부터 챙겨 보고 마스크를 챙겨야 하니 여간 번거롭고 괴로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환경 문제는 개인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차츰 기업과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1992년 192개국이 참여한 ‘기후변화협약’을 바탕으로 1997년 일본 교토에서 도입이 결정됐다. 이후 ‘파리협정(2015년)’ 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국가들이 기후변화를 목표로 각 나라가 어떻게 하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발적 대안을 제시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11월 파리기후협약이 발효되면서 총회에 참석한 195개 국가가 2100년까지 5년마다 자발적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적극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4년 뒤인 2021년 이후에는 전 세계가 본격적으로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5년부터 제1차 탄소배출권 거래제도(2015∼2017년)를 시행해 기업들이 탄소배출 시장 내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도입 초기 기업들은 배출권 확보에 주력하며 관망해 왔다. 이 때문에 탄소배출 시장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침체를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는 거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과도한 배출권 이월을 제한하거나, 필요하다면 정부 보유의 예비분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볼보건설기계도 탄소배출권 거래 및 에너지 절감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볼보는 세계자연기금(WWF)과 협약을 맺고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사용량 15만 MWh를 감축 목표로 세웠다. 한국의 창원공장은 7년 동안 8575MWh를 감축해야 하는 할당량을 받았다. 이를 위해 비가동 시간에 발생되는 손실 에너지 감축을 위해 노력해 온 결과 2016년도 말 기준으로 3년 만에 감축 목표치의 60%를 달성해 그룹 내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기후변화는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최대 현안이다. 하지만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도덕적 의무와 약속 이행의 의미를 넘어 궁극적으로 새로운 기회의 창출이자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한 예로 최근 한국전력이 자체 기술을 활용해 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벌인 뒤 감축분을 국내에 들여와 파는 사업에 처음 진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를 통해 약 100억 원의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런 활동들이야말로 더 나은 미래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업이 추진해야 하는 현명한 행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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