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당장은 규제 카드 안나올것”… 기대감에 관망하던 집값 오름세로
서울 아파트 상승폭 7개월새 최고
위축됐던 분양시장도 완연한 회복… “과열땐 대출 조이기 등 조기 등장”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값이 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이는 등 대선 전 관망세를 보이던 집값이 꿈틀거리고 있다. 위축됐던 분양시장도 본보기집마다 관람객으로 넘치는 등 회복세가 완연하다. ‘정권 초기에 당장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진 않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되면 새 정부가 규제 카드를 서둘러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부동산업계와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4월부터 대선 전까지 관망세를 보이던 집값이 이달 들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월 들어 대선 직후까지 2주간 0.15% 상승했고, 지난주(19일 기준)에는 이보다 0.09%포인트 높은 0.24%나 뛰어올랐다. 이는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전인 지난해 10월 21일(0.24%) 이후 주간 기준으로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사업진행이 빨라 내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도입되더라도 적용되지 않는 단지들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2일 관리처분인가를 마쳐 초과이익환수를 피하게 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1·2·3·4단지는 5월 들어 12일까지 호가가 3000만 원가량 올랐고, 이후 일주일 새 다시 4000만∼5000만 원이 올랐지만 매물이 나오자마자 팔리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도 대선 이후 2000만∼3000만 원이 더 올랐다.
일반 아파트 가격도 강세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지난달 초와 비교해 호가가 4000만∼5000만 원 상승했다. 종로구의 경우 경희궁자이 등 새 아파트 입주, 성동구 성수동은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왕십리 일대 재개발 추진 등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동안 조용했던 분양시장도 뒤늦은 봄을 맞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9곳, 이번 주 15곳에서 새로 본보기집이 문을 여는 등 5월에만 3만1000채, 다음 달에는 7만3000채가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본보기집마다 사람이 몰려 개관시간 전에도 줄을 서고, 입장부터 상담까지 2∼3시간이 소요되는 장면도 연출됐다. GS건설이 경기 김포시 걸포3지구에 짓는 ‘한강메트로자이’(4229채)는 19일 본보기집 개관 이후 21일까지 주말 사흘간 6만5000여 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SK건설이 서울 영등포구 신길5구역을 재개발하는 ‘보라매 SK뷰’ 본보기집에도 같은 기간 4만7000여 명의 방문객이 찾았다.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진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다 새 정부가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대선 공약에 일단 보유세 인상 등이 빠졌고 정권 초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되면 새 정부가 보유세 강화, 대출 규제 등의 카드를 조기에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강화하고 가계대출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총량관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8·31 부동산대책’을 설계한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복귀한 것도 변수다.
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새 정부의 정책에는 아직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라며 “내각 구성이 어느 정도 완료되고 발표되는 부동산 정책 변화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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