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르 대통령 ‘뇌물 스캔들’ 파장… 환율-주가 급등락하며 시장 요동
탄핵 피하더라도 불확실성 여전… 일각 “투명성 높이는 계기” 기대
대통령의 ‘뇌물 스캔들’이 불거진 브라질에 대한 투자 주의보가 내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치 리스크로 브라질 금융시장이 당분간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번 사건이 중장기적으로는 브라질 경제를 투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뇌물 스캔들’로 현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테메르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전 하원의장의 입을 막기 위해 뇌물을 줬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브라질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이날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달러당 3.3685헤알로 전날보다 7.5% 폭등(헤알화 가치 하락)했다.
브라질 증시를 대표하는 보베스파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8% 급락한 61,597.05에 거래를 마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이다. 장이 열리자마자 10% 넘게 폭락하면서 일시적으로 매매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채권시장도 출렁였다. 18일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 금리는 0.5%포인트 오른 5.095%로 올해 3월 이후 처음으로 5% 선을 넘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하락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주요 증권사를 통해 판매된 브라질 채권은 약 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9%대의 높은 수익률과 비과세 혜택으로 뭉칫돈이 몰린 브라질 국채 가치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투자 경험으로 내성이 생긴 일부 투자자는 오히려 지금을 투자 기회로 보고 분할 매수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19일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달러당 3.2543헤알로 전날보다 3.33% 내려 전날 상승폭의 절반을 회복했다. 보베스파지수도 1.69% 오르면서 낙폭을 줄였다. 이날 한국의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은 매도보다 매수 우위를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금융시장 변동성이 예상되는 만큼 브라질 주식 투자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탄핵으로 가지 않더라도 레임덕이 걸리면서 테메르 대통령의 개혁 추진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테메르 정권의 연금과 노동법 등 경제 개혁에 대한 기대감으로 브라질 주가가 올랐지만, 이번 사태로 브라질 정부의 개혁 속도가 늦춰지면 브라질 경기의 긍정적인 전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헤알화 가치의 상승세는 유지될 것으로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 브라질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달러화도 약세가 이어져 헤알화 가치의 장기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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