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온도-물 관리… 냉장고가 알아서 재료 주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3일 03시 00분


[新농업, 6차산업으로]<1>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농업

《 한국 농업이 ‘6차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6차산업은 농산물 생산(1차산업), 제조 및 가공(2차산업), 서비스(3차산업)를 결합한 형태다. 작년 말 현재 6차산업 창업자는 1785명으로 2년 전보다 137% 늘었다. 창업자 중 63%는 6차산업 인증기준(연 매출 3600만 원 이상)을 충족했다. 농업 서비스의 핵심인 농촌관광 분야는 지난해 방문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6차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토대로 하는 4차 산업혁명과 결합하면서 더 큰 성장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현 정부도 10대 핵심 투자 분야 중 하나로 ‘신농업 6차산업’을 꼽고 있다. 이에 따라 동아일보는 한국 농업의 6차산업화 현장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농업에서 새 길을 찾으려는 예비 창농인과 청년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

경남 사천시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봄춘농장은 배양액을 자동 제어하는 양액기와 풍향풍속기, 환경제어시스템 등 스마트 시스템을 설치해
 토마토의 품질을 높였다. 이런 기술력으로 노동력도 20%가량 절감했다는 게 봄춘농장 측의 설명이다(위 사진). 오른쪽 사진은 
전남 해남군의 농업회사법인 농터가 개발한 가상농장 시스템. 소비자는 온라인 가상농장으로 접속하고 영농 과정을 관찰하는 동시에 
텃밭을 가꾸고 직접 재배한 작물을 배송 받을 수 있다. 봄춘농장 제공·농터 제공
경남 사천시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봄춘농장은 배양액을 자동 제어하는 양액기와 풍향풍속기, 환경제어시스템 등 스마트 시스템을 설치해 토마토의 품질을 높였다. 이런 기술력으로 노동력도 20%가량 절감했다는 게 봄춘농장 측의 설명이다(위 사진). 오른쪽 사진은 전남 해남군의 농업회사법인 농터가 개발한 가상농장 시스템. 소비자는 온라인 가상농장으로 접속하고 영농 과정을 관찰하는 동시에 텃밭을 가꾸고 직접 재배한 작물을 배송 받을 수 있다. 봄춘농장 제공·농터 제공

농업이 6차산업으로 진화하는 데는 기술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은 농업의 6차산업화를 앞당기는 촉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농업은 크게 △농산물 생산력 강화 △유통 효율화 △소비 첨단화의 경로를 걷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6차산업을 통한 창농 전략도 이에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현실로 다가오는 ‘미래 농업’

농산물 생산력 강화는 스마트팜 사례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스마트팜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비닐하우스, 축사, 과수원 등에 적용해 작물과 가축의 생육 환경을 최적의 상태로 조절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원격 관리도 가능하다.

경남 사천시에서 토마토를 생산하는 봄춘농장은 스마트팜을 통해 생산력을 높인 대표적 케이스다. 풍향풍속기, 양액기(양액관수자동제어기), 환경제어시스템을 설치해 토마토의 상품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20%가량의 노동력 절감 효과도 거뒀다. 봄춘농장의 스마트팜은 견학 코스로도 활용돼 부가 수입이 발생하고 있다.

유통 효율화는 농작물의 신선도를 인위적으로 유지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거리를 좁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충북 충주시의 장안농장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물류센터에 도입했다. 이를 통해 유기농 채소의 생산 이력부터 출하까지 자동으로 기록한다. 전국 150여 개 협업농장에서 생산된 하루 20t 규모의 유기농 채소는 매일 아침 소규모로 포장돼 전국 각지에 신선하게 배송된다. 장안농장은 지난해 6차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소비 첨단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냉장고와 산지를 연결해 음식 재료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농가에 주문을 하거나, 신선한 농산물을 빠르고 쉽게 구매하도록 도와주는 스마트 쇼핑박스 등이 거론된다.

전남 해남군의 농업회사법인 농터의 경우 기술 개발의 초점을 공급 측면이 아닌 소비에 맞췄다. 소비자가 농터의 가상농장 시스템에 접속하면 텃밭을 구매한 뒤 온라인으로 영농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농터 회원은 전문 농부와 협의해 작물과 재배방법을 선택해 함께 텃밭을 가꾸고, 수확시기가 되면 텃밭에서 나온 작물을 배송 받는다.

○ 6차산업 지원 방안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중 ‘농업·농촌 4차 산업혁명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원예, 축산, 식품, 농생명 등 각 분야에서 ICT와 농업이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긴다. 이미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농식품 유관기관 4차 산업혁명 대응 태스크포스’가 발족했다.

농식품부는 또 ICT, 로봇,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 농식품 포럼’을 통해 관련 정보를 축적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ICT 첨단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품목 특화 전문교육’을 확대 실시하고 가상현실(VR) 교육콘텐츠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지원 정책도 재정비한다. 모태펀드(500억 원), 시설운영자금(300억 원) 등을 통해 6차산업 경영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지역 단위 6차산업 발전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6차산업 농가의 판로 확보를 위해 ‘푸드 어셈블리’와 같은 대안적 유통 채널도 마련한다. 푸드 어셈블리는 지역민 주도로 지역 농산물 및 가공상품을 직거래하는 모델이다. 프랑스에서 시작돼 9개국에서 운용 중이다.

6차산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해 코레일, 민간 여행사와의 협업도 강화한다. 또 외국인 관광객 20만 명 유치를 위해 ‘한국형 힐링 스테이’라는 관광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김철 농식품부 농촌산업과장은 “ICT와의 융복합을 통해 6차산업이 우리 농촌의 미래 산업으로 단단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6차산업#농업#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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