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가 올해 1분기(1~3월) 17조 원 넘게 불어 사상 최대 규모인 1360조 원에 육박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대출 조이기’로 브레이크가 없던 급증세는 다소 꺾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절대적인 증가 규모가 여전히 큰 데다 취약계층이 몰려있는 제2금융권의 빚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어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150% 이하로 관리하는 ‘총량 관리제’를 준비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가계신용(가계부채) 잔액은 작년 말(1342조5000억 원)보다 17조1000억 원(1.3%)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은행 보험사 대부업체 등 금융권에서 받은 가계대출(1286조6000억 원)과 결제하기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73조 원)을 합한 것으로 실질적인 가계 빚을 보여준다.
1분기 가계부채 증가액은 분기 기준으로 2015년 1분기(13조 원)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10~12월·46조1000억 원)는 물론이고 지난해 1분기(20조6000억 원)와 비교해도 크게 줄었다. 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이 맞물려 가계 빚이 폭증했던 2015, 2016년과 같은 급증세는 어느 정도 진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증가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가계 빚이 급증하기 전인 2010~2014년의 1분기 부채 증가액은 약 4조5000억 원에 그쳤다. 올 1분기 증가액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율을 봐도 1분기에 11.1% 증가하면서 2015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또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 은행 대신 제2금융권을 찾는 ‘풍선효과’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1분기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1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6000억 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非)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1분기 7조4000억 원 늘어 작년 1분기(7조6000억 원)와 비슷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서민층의 소비 여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3월 중순 이후 비은행권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 등 리스크 관리 강화 정책이 시행돼 대출 수요가 넘어가는 효과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전 금융권에 조속히 도입하는 등 부채 증가 속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자만 따지는 현행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달리 DSR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따져 대출 한도와 금리를 정하는 깐깐한 지표다. 금융위 관계자는 “DSR 로드맵을 다음 달 마무리하고 4분기에 DSR 표준모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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