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짝퉁 스마트시티 피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9일 03시 00분


손연기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
손연기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
도시는 대중적이며 동시에 지극히 개인적이다. 살아가는 터전이자 개인사를 포괄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도시가 현대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기술적 힘을 지니게 된 것은 거대 인구가 거주하는 메가 시티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이제 선진적인 도시의 개발과 기술 혁신이 국가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가 스마트시티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위정자와 관료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을 이어가는 세계 도시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위대한 건축은 인간이 위대하다는 가장 영광스러운 증거라고 한다. 위대한 스마트시티의 탄생은 그 나라의 시민정책이 기술혁명과 함께 호흡한다는 희망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기술 혁명의 종합선물세트다. 성공적인 해외 스마트시티는 지역 문제에서 시작됐다. 주민의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의식에서 시작하지 않은 서비스는, 아무리 첨단 기술이 적용되었다고 해도 시민들에게 감흥을 줄 수 없다. 과거의 유비쿼터스 사업들이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 체감형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비평을 받았던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아울러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려면 도로교통, 보건복지, 환경, 재난안전, 지역산업 등 전 분야를 총망라하는 종합행정을 담당하는 부서와 해당 지자체 정보화 부서의 칸막이 없는 협업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스마트시티 추진의 총괄은 정보화 부서에서 기획하고 지원해야 하지만, 종합행정을 담당하는 현업 부서에서도 주민의 문제와 요구에 대한 피드백을 확실히 공유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래야 첨단 기술만 과시하는 ‘짝퉁’ 스마트시티가 아니라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도시 각각의 영혼이 담긴 스마트시티가 탄생할 수 있다.

건물과 인프라를 중심으로 도시를 개편하려는 노력은 자제해야 한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시민의 인내심은 그보다 더 한정되어 있다. 개발시대의 종언이 무엇인지 숙고한다면 도시의 주인은 비싼 빌딩과 상가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교훈을 알게 될 것이다. 실증단지형, 맞춤형 도시재생 등이 지역의 상황에 맞게 구상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보화 기술은 그것을 실현하는 도구로 사용돼야 한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지자체의 스마트시티 확산 및 정착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역정보화 수준 진단 모델을 만들고 서비스의 상호 호환을 위한 가이드를 만들었다. 중앙정부에서 주민 체감형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스마트시티가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발전을 거듭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도시 인프라에 더해서 데이터와 서비스 등 상위 영역이 취약한 환경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도시 혁신이 활발해져야 스마트시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산업계와 시민단체, 정부가 함께하는 거버넌스 생태계가 공고해져야 할 것이다.

보도블록이나 상점 간판은 조금만 바뀌어도 누구의 눈에나 쉽게 보이지만,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주민 개개인에게 실감할 수 있는 효용을 제공하지 않는 한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스마트시티의 가치가 결코 보도블록을 뒤엎고 포장하는 일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바꾸고 미학을 입히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감동과 행복을 주는 도시, 즐거움을 주는 스마트시티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스마트다.

손연기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
#스마트시티#4차 산업혁명#종합행정#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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