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신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한 결정과 지원이 없었으면 회사가 어떻게 됐을까. 충북 충주시에 자리 잡은 중소기업 ㈜천보의 관계자들이 요즘 하는 생각이다. 2007년 설립돼 지난해 약 7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천보는 액정표시장치(LCD) 에칭(식각·패널의 표면을 고르게 하는 작업) 첨가제와 반도체 원료, 2차전지 전해질 첨가제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LCD 에칭에 쓰이는 핵심 물질인 5-ATZ(아미노테트라졸)가 연 매출 300억 원 이상을 올리는 주력 생산품이다.
5-ATZ는 원래 천보의 생산품이 아니었다. 7, 8년 전까지만 해도 독일의 유명 기업인 바스프(BASF)가 생산해 세계 곳곳에 공급하고 있었다. 당시 천보는 매출액이 1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회사였다.
그런데 천보의 제품을 납품받던 기업의 요청으로 5-ATZ 개발·생산에 나서면서 회사의 운명이 달라졌다. 2009년의 일이다. 이상율 대표가 5명 정도의 연구원과 함께 기업부설연구소를 이끌던 천보는 중소기업청의 산학연협력 기업부설연구소 지원사업을 통해 1억5000여만 원을 지원받으며 제품 국산화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는 천보와 충주대 이용규 교수 연구팀이 협력해 진행했다. 3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천보는 kg당 5만 원 가까이에 이르던 제품을 kg당 1만 원대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있던 기술을 국산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5-ATZ를 국내와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천보는 독일 기업을 밀어내고 9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초고화질(SUHD) LCD 제품에도 천보의 제품이 쓰인다.
2013년쯤부터 5-ATZ를 본격적으로 생산한 천보의 성장은 ‘선순환’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천보의 연구개발 노력을 주목한 고객사들이 새로운 제품 개발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반도체 원료(WET CHEMICAL) 개발에 나서 2014년부터 생산이 시작됐다. 천보는 이 반도체 원료에서 250억 원 내외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5년엔 2차전지 전해질 첨가제 개발 요청이 이어졌고 천보는 30여 종에 이르는 첨가제를 개발·생산하면서 연간 200억 원가량의 첨가제를 판매하고 있다.
5명에서 출발한 연구원도 현재 30명까지 늘었다. 천보는 올해 7명을 시작으로 앞으로 매년 10명의 연구 인력을 더 선발할 계획이다. 결국 연구개발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계속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며 올해 천보는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양우 천보 기업부설연구소장은 “기술 개발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을 확인하니까 고객사들이 꾸준히 제품 개발과 협력을 요청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성과를 뒤에서 받쳐준 중소기업청의 산학연협력기술개발사업은 이공계 전 분야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가진 연구개발 인프라를 중소기업이 활용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 총 1308억 원이 투입돼 과제별로 평균 6100만 원이 지원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