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특허권을 취득한 신규 면세점들의 개장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면세점협회는 31일 “지난주 관세청에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개장을 연기해달라고 공식 건의했다”고 밝혔다. 참여한 사업자는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탑시티면세점 3곳이다.
관세법상 신규 면세점 사업자는 특허 취득 1년 내에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하면서 업계에서는 신규 면세점 개장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제기됐다.
이미 관세청 측은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금지 조치 이후인 4월 “신규 면세점 사업자가 요청할 경우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영업 개시일 연기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각 면세점이 공식적으로 요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6월 중 열리는 특허심사위원회에서 이를 허용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한국면세점협회 관계자는 “얼마나 연기할지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없어 명확하지 않지만 6개월에서 1년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규 면세점들이 영업 개시일 연기에 나선 이유는 기존 면세점의 중국인 매출이 최대 40% 감소하는 등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신규 면세점까지 문을 열면 출혈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면세점은 영업시간을 줄이고 영업 면적을 축소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5월 개장하면서 오전 2시까지 하는 심야영업을 특징으로 내세웠던 두타면세점은 지난달 1일부터 오후 11시까지만 영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밤 12시로 폐점 시간을 앞당긴 데 이어 한 시간을 또 앞당긴 것이다. 면세점 매장으로 사용하는 9개 층 중 고층부 3개 층에 대한 리뉴얼 작업도 진행 중이다.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령으로 영업 종료 시각을 일시적으로 앞당겼다. 7월경 흑자 전환을 예상할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는데 4월부터 매출이 최대 30%까지 감소했다”고 말했다.
SM면세점은 4월부터 지하 1층 매장을 지상 1층으로 재배치하는 등 매장 면적을 축소해 나가고 있다. 원래 지하 1층∼지상 5층 총 6개 층에서 영업하고 있었지만 재배치가 끝나면 지상 1∼4층에서만 매장을 운영하게 된다. 매장 면적을 줄여 인건비, 재고관리 비용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SM면세점 관계자는 “단체관광객 의존도를 줄이고 개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하 1층은 체험형 공간으로 다시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자 일부 브랜드가 입점을 망설이는 등 매장 구성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규 면세점 개장 기한이 연장된다면 신규 면세점은 물론 기존 면세점 사업자들의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