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석채 무죄… 말 안 들으면 죄인 만들어내는 권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0시 00분


이석채 전 KT 회장의 배임과 횡령 혐의가 무죄로 정리되고 있다. 대법원은 어제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는 무죄로 확정하고 횡령 혐의는 “비자금 중 상당 부분이 회사를 위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시 재판하라며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 전 회장은 회삿돈 11억 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해 경조사비 등에 사용한 혐의로 2013년 기소됐다.

이 전 회장은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3년 임기의 KT 회장에 임명됐고 2012년 연임이 확정됐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해서도 물러나지 않자 2013년 10월 검찰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8개월 전 배임 행위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한다며 KT 본사 등 16곳을 싹쓸이 압수수색하는 식으로 그의 퇴진을 압박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될 때부터 무리한 표적 수사라는 비판이 많았으나 검찰은 기어이 기소했다.

이 전 회장은 회장 취임 후 검사 출신을 윤리경영실장으로 임명해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임직원을 적발하는 등 KT가 공기업이었던 시절 남아 있는 체질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그 나름대로 정보통신의 발전을 위해 기울였던 노력은 박 정권이 들어서자 일순간 비리로 바뀌어 그는 4년간 범죄자로 낙인찍혀 살아야 했다. 죄 없는 사람은 죄를 만들어서라도 쫓아낼 수 있다는 정권의 시대착오적 오만이 결국 탄핵을 맞은 원인(遠因)인지도 모른다. KT나 포스코처럼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기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난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가 정경유착 청산이라는 대선 공약을 지킬 생각이면 KT와 포스코 회장 자리를 전리품처럼 챙기는 관행부터 끊어야 한다.
#이석채#kt 회장 배임 횡령 혐의#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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