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11초에 1대씩… 창고없이 곧바로 선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일 03시 00분


LG전자 창원2공장 가보니

5월 31일 경남 창원시 LG전자 창원2공장에서 직원들이 드럼세탁기와 전자동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 하단에 들어갈 
‘미니워시(전자동 세탁기)’를 조립하고 있다. 자동화율이 60%인 이 공장에선 세탁기 1대당 11초의 속도로 하루 1만5000대가
 생산된다. LG전자 제공
5월 31일 경남 창원시 LG전자 창원2공장에서 직원들이 드럼세탁기와 전자동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 하단에 들어갈 ‘미니워시(전자동 세탁기)’를 조립하고 있다. 자동화율이 60%인 이 공장에선 세탁기 1대당 11초의 속도로 하루 1만5000대가 생산된다. LG전자 제공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시 LG전자 창원2공장.

세탁기와 건조기 등 LG전자의 의류관리가전을 만드는 A1동 생산라인이 쿵쾅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1987년 건립된 이곳의 나이는 서른 살. ‘느리고 삐걱대는 노후설비’를 떠올린 예상과 딴판이었다.

이곳의 생산 속도는 100m 달리기 선수보다 빠르다. 입구에 들어서자 자동화 장비가 평평한 철판을 ‘ㄷ자’ 모양의 몸체(캐비닛)로 한 번에 접었다. 직선 형태의 140m 제조라인에서 제품 1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1초. 철판이 완제품으로 조립돼 컨테이너에 실리기까지 15분을 넘지 않는다. 라인 처음부터 끝까지 걸은 5분 동안 세탁기와 건조기 수십 대가 컨베이어벨트를 통과하며 완성됐다.

이 공장은 세탁기를 하루 1만5000대 생산한다. 30년 전 연간 50만 대 수준이었던 생산능력은 현재 연간 500만 대로 10배나 뛰었다.

공장이 ‘젊어진’ 건 부품 모듈화와 공정 자동화 덕분이다. LG전자는 2005년 가전업계 최초로 세탁기에 모듈러 디자인을 도입했다. 부품을 다양한 모델에 적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면서 제조공정이 압축되고 원가절감 효과도 얻었다. 단 3, 4개의 모듈만으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만들 수 있다.

일상복 차림의 작업자 주위엔 도어, 상판 등 조립에 필요한 물품이 손닿을 거리에 대기하고 있었다. 회사는 생산효율화를 위해 2년간 자동화 설비 투자를 늘려왔다. 작업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모터, 컴프레서 등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천장의 트롤리가 무겁고 부피가 큰 부품을 옮겨주고 중간 사이즈 부품은 지하로 운반한다. 조립을 마치면 전원을 연결해 탈수, 건조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꼼꼼히 체크한 뒤 기계가 자동으로 포장한다.

특이한 점은 공장에 부품과 완성품을 보관하는 창고가 없다는 것이다. 박인섭 LG전자 부장은 “대형 부품은 30분, 중소형 부품은 2∼4시간 단위로 공장에 입고되고 완성품은 40분 거리인 부산항에 바로 선적해 창고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부품 및 제품을 쌓지 않고 물 흐르듯 조립해 운반하는 방식이다. 하루에 공장을 드나드는 차량만 5t 트럭으로 950대. 내부 정체를 막기 위해 정차시간은 최장 25분으로 제한한다.

지난해 월평균 4000대에서 올해 4만 대로 수요가 급증한 건조기 등 제품의 인기로 현재 공장 가동률은 140%다. 높은 품질을 위해 야간 생산을 하지 않고 주간 근무만 고집하고 있다.

A1동 뒤쪽의 ‘신뢰성 시험동’에선 세탁기와 의류관리기 문을 1만 번씩 여닫는 ‘개폐시험’과 세탁통에 두꺼운 고무판 10여 장을 동시에 넣고 돌리는 ‘가혹조건 시험’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25년간 LG가전의 내구성을 책임져 온 품질의 보루다. 열대기후나 극지에서 작동에 이상이 없도록 고온고습 및 저온 환경시험도 24시간 진행한다.

LG전자 가전의 인기 비결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 개발과 차별화된 기술력이다.

류재철 LG전자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전무)은 “과거엔 제품 자체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지금은 공간 전체를 보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탁기, 건조기, 의류관리기가 각각 독립된 제품이 아니라 세탁과 삶의 질을 높이는 하나의 ‘토털 솔루션’이라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세탁기사업부 명칭을 생활공간 중심의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로 바꿨다.

공간에 초점을 맞추자 새로운 제품들이 탄생했다. 드럼세탁기와 전자동세탁기를 합친 ‘트윈워시’, 옷을 걸면 세탁소에 맡긴 듯 드라이와 다림질 효과를 주는 ‘스타일러’가 대표적이다. 트윈워시는 진동 저감장치를 적용해 진동을 54%나 제거함으로써 와인 잔 4개 위에서 세탁기 두 대를 동시에 탈수시켜도 잔이 깨지지 않았다.

LG전자는 국내에서 생소했던 건조기 시장에도 불을 붙였다. 열과 물을 재사용하고 배기덕트(공기통로)가 필요 없는 히트펌프 방식을 개발해 판매 장애물이었던 전기료와 설치 공간 난제를 해결한 것.

LG전자의 토털솔루션 전략과 공간 혁신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수 어플라이언스연구소장(전무)은 “세탁 건조 옷감관리를 넘어 빨래를 개는 기술도 고민하고 있다. 센서와 사물인터넷 등 제반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 인공지능이 알아서 세탁해주는 제품도 곧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lg전자#창원2공장#세탁기#건조기#모듈화#제조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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