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래식 500’을 이끄는 박동현 사장은 “호텔 객실의 근원적 가치가 ‘잠을 파는 것’이고 병원 서비스의 목표가 ‘질병의
치유(cure)’라면, 이 두 가지 기능을 결합한 시니어 주거시설 운영에 있어 업의 본질은 케어(care)”라고 강조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아침식사는 전용 레스토랑에서, 집안 살림은 호텔 수준의 메이드 서비스로, 질병 치료 및 응급상황 대처는 물론이고 예방 기능을 갖춘 24시간 의료 서비스까지….’
노년기, 누구나 꿈꾸는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타운은 65세 이상이 총인구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조만간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에서 각광받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실제로 관련 업계는 노인층에게 편안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니어타운과 노인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각종 상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시도가 성공하지는 못했다. 일부 시니어타운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학교법인 건국대가 캠퍼스 근처인 서울 광진구 능동로에 선보인 ‘더 클래식 500’ 시니어타운은 도심형 주거시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고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관련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펜타즈 호텔’ ‘스타시티 복합쇼핑몰’과 더불어 ‘더 클래식 500’의 중요한 사업부 가운데 하나인 시니어타운은 의료와 호텔 서비스를 결합해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증금 9억7000만∼12억 원(전용면적 123∼130m²), 관리비를 포함한 월 생활비 260만∼410만 원대(2인 기준)로 주거비가 비싼 편이지만 수요가 늘면서 입주 대기자 리스트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더 클래식 500’ 박동현 사장으로부터 ‘럭셔리 시니어 주거 비즈니스’와 관련된 비전을 들었다. DBR 225호(2017년 5월 15일자)에 실린 박 사장과의 인터뷰를 요약 및 소개한다.
―시니어타운은 서울 근교 교외나 지방에서 주로 조성돼 왔다. 하지만 ‘더 클래식 500’은 설립 당시부터 도심형 주거타운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웠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도시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보통 막연하게 은퇴 후 전원 속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들을 타깃으로 한 전원 속 시니어타운 중 상당수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웃이 노인으로만 가득한 환경에서 시니어들은 오히려 고립감을 느끼며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활발하게 활동하며 여생을 보내려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들은 활기가 넘치는 환경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문물을 접하며 살고 싶어 한다.
‘더 클래식 500’은 대학교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대형 백화점을 끼고 있다 보니 고객들이 젊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이는 입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 또 전원형 시니어타운은 대형 의료기관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더 클래식 500’의 고객들은 대형 대학 부속 병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도심에서 문화적, 소비적 욕구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 것 같다.”
―‘더 클래식 500’은 보증금과 관리비가 적지 않아 저항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현재 입주민의 평균 연령은 76세이며 은퇴 이전 법조계, 의료계, 학계에서 근무한 전문직 종사자이거나 고위 공무원, 기업인 등을 지냈던 고객이 많다. 최고급 서비스를 다양한 경로로 경험해 본 이들에게 그저 형식적인 서비스만 제공해선 감동을 줄 수 없다. 나도 호텔리어 출신이지만 시니어 주거 서비스업이야말로 ‘진정성’이 절실한 업종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일회성 방문이 대부분인 호텔과 달리 거주민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 고난도의 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은 본질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사장인 나뿐만 아니라 전 직원이 로비 등 공용 공간에서 입주민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먼저 말도 걸곤 하는데 이런 ‘가족적인 환대’가 시니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 지난해부터는 입주 회원들의 생일 당일 아침에 미역국을 대접하며 생일 축하 이벤트를 열었는데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조촐한 행사에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정말 높다.”
―아무리 고급스러운 시니어타운이라도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효(孝) 사상을 생각하면 부모님들을 이런 주거시설에 따로 모시는 게 자녀들로선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 있지 않나.
“시니어들에게 가치 있고 흔치 않은 ‘럭셔리’ 요소는 바로 건강이다. 시니어들에게 건강관리는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기에 더욱 중요한 가치다. 거주민의 자녀 중 상당수가 바쁜 직업을 갖고 있거나 외국에 거주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들은 부모님에게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 고객들은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부모의 입주 여부를 고민하는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한편 의료 지원 서비스와 더불어 여가 지원 서비스 역시 핵심 가치 중 하나다. 젊은 시절에는 바빠서 하지 못했던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입주민들의 만족도와 참여도가 매우 높다. 특히 현재 운영 중인 9개 동호회 가운데 스포츠댄스 동호회가 가장 인기가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댄스는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고 회원들 간 친밀도가 중시되는 종목이다. 사회적 인맥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때 느끼는 허무한 감정을 새로운 커뮤니티를 통해 얻으려는 욕구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시니어 관련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업들이 이곳의 입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신기술을 시범 운용해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세계 시니어 산업 관련 기업들은 최근 Io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더 클래식 500’은 IoT 및 로봇사업을 하는 LG전자, 모바일 헬스케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KAIST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입주민들을 활용한 최첨단 서비스의 시험장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마트 신발을 활용한 걸음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센서가 부착된 신발을 신고 걸어 다니기만 하면 걸음의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노인 각자의 걸음걸이 분석만으로도 낙상 등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된다. LG전자와는 공기 질 측정, 수면 패턴 분석을 통한 건강관리 등 종합적인 웰니스 서비스를 함께 기획하고 있다.”
―앞으로 시니어 주거 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이 될까.
“이미 직접 확인한 것처럼, ‘진정성’과 ‘정보기술(IT)’이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가 핵심이 될 것 같다. 이 두 키워드의 최종 목표는 각각 ‘마음 관리’와 ‘몸 관리’로 귀결될 수 있는데, 사람의 마음과 몸이 사실상 하나이듯 언뜻 보면 이질적이지만 이 둘은 상호보완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융·복합 시대에 기술과 정신은 시니어 관련 사업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좀 더 ‘따뜻한 마음’과 ‘따뜻한 기술’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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