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리더십’은 소셜미디어, 모바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분석(기계학습)을 사업 혁신 도구로 활용하고 비즈니스를 차별화하는 리더십이다. 미국의 카지노 기업인 해러스엔터테인먼트를 위기에서 구하고 세계 최고의 카지노 그룹으로 성장시킨 것 역시 빅데이터 리더십이었다.
1990년대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업계 강자인 시저스 카지노는 이미 수조 원을 들여 화려한 호텔과 쇼 무대 등의 시설에 집중 투자했다. 하지만 당시 자금이 부족했던 해러스는 시설 투자 대신 고객 데이터로 눈을 돌렸다. 해러스는 우선 지역별로 산재된 자사의 카지노 시스템을 통합해 전국적인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하지만 숙박과 카지노 이용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해러스의 회원 프로그램은 정작 회원들의 재방문 유인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회원 중 65%가 다음 방문 시 다른 카지노에서 도박을 할 정도로 충성도가 매우 낮았으며 이에 따라 경쟁에서도 점차 뒤질 수밖에 없었다. 위기감을 느낀 해러스는 1998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서비스경영을 가르치던 게리 러브먼 교수를 영입했다.
분석을 중시하는 그의 리더십 아래에서 해러스는 승승장구할 수 있었고, 마침내 라이벌이었던 시저스까지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빅데이터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20년 전, 러브먼은 어떻게 ‘빅데이터 리더십의 전형’을 만들어냈을까.
우선 러브먼은 기존의 회원제도를 강화한 ‘토털리워드(Total Reward)’라는 회원카드를 통해 회원들의 신상 정보는 물론 그들이 호텔에 머무는 동안 행하는 모든 행동을 추적했다. 이를 통해 해러스는 어떤 고객이 어떤 상점에서 얼마를 지출했으며 어떤 도박을 얼마만큼 이용했는지, 또 얼마를 잃었거나 땄는지를 추적할 수 있었다. 이렇게 종합하니 회원 수 2800만 명에 의해 축적된 데이터가 당시로서는 엄청난 양인 1TB(테라바이트)에 가까웠다. 또 러브먼은 데이터 웨어하우스와 분석 소프트웨어 등의 인프라 조성에 투자를 하는 한편, 전문 인력을 고용해 축적된 데이터 분석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통념과는 다른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카지노 수익의 82%는 26%의 고객에게서 발생하는데 수익에 기여도가 높은 고객들은 큰돈을 자주 베팅하는 ‘큰손’이 아니라 적은 돈으로 도박하는 ‘개미’들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러브먼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각종 보상시스템을 마련하도록 지시했으며, 다양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회원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실행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러브먼은 가장 중요한 ‘분석지향적 조직문화’를 해러스에 심었다. 그는 직원들이 보고를 하면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냐, 아니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낸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시 해러스에서 논리적인 데이터도 없이 주장을 펼치는 건 해고 사유로 여겨질 정도였다.
러브먼의 빅데이터 리더십이 발휘된 이후, 해러스에서 고객이 지출하는 금액은 약 40% 늘었으며 영업수익도 평균 27% 증가했다. 해러스는 경쟁사였던 시저스를 인수한 뒤, 기업명을 시저스엔터테인먼트로 바꾸고 미국의 13개 주에 걸쳐 총 26개, 또 전 세계적으로는 7개국에서 51개 카지노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카지노 그룹이 됐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학과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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