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지방 中企 지원체계 혁신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5일 03시 00분


이동형 한밭대 생산경영공학과 교수
이동형 한밭대 생산경영공학과 교수
‘지방 경제와 중소기업 육성.’

최근 10여 년 동안 한국 경제계가 품어온 화두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학계와 기업인, 그리고 일반 국민들까지 중요하게 여기고 강조해온 사안이다.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도 그런 관점에서 생겨난 조직이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전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지방의 창업 기업 육성과 중소기업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인프라를 설치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창업 촉진과 벤처 지원을 위해 전국에 ‘테크노파크’를 설립했다. 당시 테크노파크는 지식경제부가 주도했다. 미래부가 주도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비슷한 점이 있다.

지경부와 미래부는 각각 해당 정부의 정책 방향을 상징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른바 힘 있는 부처가 지역 중소기업 혁신 지원을 명분으로 중복된 기능의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당초 약속한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없었다고 본다.

지방경제 육성과 중소기업 혁신의 취지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렇다고 각 지역에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성과를 내겠다는 발상은 반복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먼저 기존 조직들을 재정비하여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강구해야 한다.

각 시도에는 중소기업 혁신 지원 조직으로 정부 기관인 지방중소기업청과 공공기관인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지점,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이 산재해 있다. 소속 부처가 어디이든, 또는 정부 기관이든 아니든,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인들 눈에는 그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대한민국 공공기관의 일부로 인식될 뿐이다.

다양한 지역 기관들의 중복 기능을 축소·조정하고 기관의 장점을 중심으로 체계를 갖춘다면, 새 정부가 새로운 브랜드의 상징적 기관을 별도로 신설하지 않더라도 그 어느 정부 때보다도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 믿는다.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하게 되면 그간 부처별로 산재해 있던 중소기업 정책의 통합과 조정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16조 원이 넘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예산도 중복 사업 축소 등을 통해 효율적으로 지원될 수 있다.

다만 이런 변화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접근 방식과 함께 일선 중소기업과 접점에 있는 지방 중소기업 지원 기관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청은 지역별로 있는 지방중소기업청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창업 및 금융 지원과 지자체, 지역 대학, 연구소 등과의 협력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2%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기술보증기금 등의 소관 부처를 기업 지원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로 일원화하고 기관 사이의 체계적인 역할 조정을 통해 그 기능을 제대로 확충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더 이상 지방 중소기업 지원 조직을 무분별하게 설립해 아까운 시간과 돈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남는 시간과 돈이 있다면 청년들을 위해 부족한 좋은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무형의 가치가 중요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보여주는 정책보다는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주목받을 것이다.

이동형 한밭대 생산경영공학과 교수
#중소기업#지방경제#창조경제#중소기업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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