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미국의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1260만 달러(약 141억 원) 규모의 소아마비 백신 개발 자금을 지원받는다. LG화학은 이 자금을 불활화(不活化·원래 있는 기능을 없애는 작용) 소아마비 백신의 해외 임상시험과 충북 오송의 백신전용 생산설비 확장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불활화 백신은 세균과 바이러스 등의 생리활동을 열이나 화학약품으로 정지시켜 항원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주사약 형태인 불활화 소아마비 백신은 고난도 생산기술이 필요한 데다 생산시설도 까다로운 국제규격을 만족시켜야 한다. 현재 이 백신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프랑스 사노피 파스퇴르 등 전 세계에 4, 5곳뿐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치 않아 많은 국가가 백신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개발국가를 중심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은 병원성을 약화시킨 세균이나 바이러스 변이균주를 살아있는 상태로 사용한다. 하지만 백신에서 유래한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오히려 소아마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 사용이 중단될 수 있도록 위험성이 없는 불활화 백신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LG화학은 2014년부터 불활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해왔다. 현재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2020년 WHO의 사전적격성평가 인증을 받으면 오송 공장에서 백신을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빌게이츠재단의 지원에 힘입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조속히 상용화해 전 세계 소아마비 바이러스 퇴치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1996년 국내 최초로 유전자 재조합 B형간염 백신(유박스)을 개발했다. 이 백신은 WHO 승인을 받아 백신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뇌수막염 백신(유히브)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빌게이츠재단은 LG화학의 백신 R&D 역량과 우수한 품질, 생산능력 등을 인정해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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