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가장 저해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국가 경쟁력 종합 순위는 61개국 중 23위였다. 국가 경쟁력 세부 항목으로 들어가는 ‘회계 및 감사의 적절성’ 평가는 61위로 꼴찌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조 원대 분식회계로 조선업 전체가 위기를 겪고 대량 실업사태로 이어진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한국의 회계 감사는 구조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중 회계 감사 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도 큰 문제 중 하나다. 국내 감사 대상 법인 중 12월 결산 법인이 2만4976개로 전체의 92.1%를 차지한다. 그만큼 정해진 기간 내 감사해야 하는 법인이 많아 감사인이 감사 업무에 충실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기업마다 회계 처리 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문제다. 기업 회계기준에 따르면 기업들은 각 기업별, 산업별 특성에 따라 ‘대체적인 회계 처리 방식’을 택해 재무제표를 만들 수 있다. 기업들의 회계정보가 서로 다를 수 있는 이유다. 회계정보가 다르다 보니 감사인들도 회계정보에 대한 이해나 식별이 어려워져 효율적으로 감사를 진행하기 어렵게 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건국대와 연세대 공동 연구팀에서 감사 대상 기업 회계정보의 비교 가능성이 감사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수행된 2322건의 외부감사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회계정보의 비교 가능성이 높을수록 감사에 투입하는 시간이 감소하는 등 보다 효율적인 분석과 감사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그만큼 감사 기업의 고유 위험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효율적 감사를 위해서는 12월에 집중되는 회계결산을 분산시키고, 재무제표 제출 기한 연장 등 제도적 개선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회계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회계 감사는 불필요한 비용 지출 활동이 아니라 기업의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일종의 ‘투자’ 행위라고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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