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가 칼을 뽑아 들고 있다. 정부는 다음 주 과열 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투기 단속에 나선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추가 규제를 앞둔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다음 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권 불법 거래 등 부동산 투기 단속을 벌인다고 9일 밝혔다. 국토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고 국세청, 금융결제원, 한국주택협회 등이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권 불법 거래와 ‘떴다방’ 등 임시중개시설물 설치, 다운계약 등 실거래가 허위 신고 등이 주요 단속 대상이다.
이번 점검이 부동산 시장 추가 규제 도입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란 해석도 나온다. 예고된 단속이라는 점에서 불법행위 적발 자체보다는 규제 발표를 앞둔 현장 점검 및 명분 축적용이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8·25 가계부채 대책’, ‘11·3 부동산 대책’ 도입에 앞서 부동산 과열 지역을 대상으로 불법 전매 여부를 집중 단속한 바 있다.
정부가 부동산 추가 규제를 저울질하는 것은 올해 들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일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0.34%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0.06%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재건축 이슈가 시장을 견인하는 서울(1.72%) △지방 민간택지지구여서 전매제한 규제를 비켜간 부산(1.92%) △정부부처 추가 이전, 세종∼서울고속도로 조기 건설 등 호재가 많은 세종(2.25%)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에서 강동구 둔촌주공,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등은 최근 한 달 새 호가가 최대 1억 원 올랐다.
분양시장에서도 과열 기미가 보이고 있다. 9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GS건설이 경기 안산시에서 공급하는 ‘그랑시티자이 2차’의 1순위 1회차 청약에서 1051채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9914명이 지원해 평균 9.43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최고 경쟁률은 102.5 대 1에 달했다.
하지만 지역별로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올해 들어 5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이 0.81% 오른 반면 오히려 지방은 0.12% 하락했다. 대구(―1.04%) 울산(―0.53%) 충북(―1.32%) 충남(―1.63%) 경북(―1.69%) 경남(―1.14%) 등에서 집값이 빠졌다.
이 때문에 국내 부동산 시장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만 거품이 있을 뿐 전반적으로 과열이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이날 일반인을 대상으로 열린 ‘한은금요강좌’ 700회 기념 특강에서 “전국 주택 가격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정도로 올랐고, 지방은 소비자물가만큼 안 오른 곳도 많다”며 “부동산에 버블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 강남 지역은 2003년 이후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의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 전세 가격은 안 오르는데 매매 가격만 오르면 투기적 요인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환원 등의 규제를 지방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일부 지역에 한정된 ‘핀셋 규제’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약발이 떨어진 청약조정대상지역 대신 고강도 규제 카드인 투기과열지구 재도입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장 분위기가 철저하게 양극화된 상황에서 무차별 규제를 내놨다간 창원 대구 등 시장이 침체된 지역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각 지역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정밀 조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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