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제약사 ‘머크’ 수석 부사장, 한국 중소기업 사내이사 맡은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2일 03시 00분


제임스 필립슨씨 겸직 화제

제임스 필립슨 머크 수석부사장은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작은 기업 규모는 결코 약점이 아니다. 혁신적인 물질을 개발한다면 대형 제약사가 막대한 자원을 쏟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제임스 필립슨 머크 수석부사장은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작은 기업 규모는 결코 약점이 아니다. 혁신적인 물질을 개발한다면 대형 제약사가 막대한 자원을 쏟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인 ‘코디엠’은 지난달 미국 제약사 ‘머크’의 제임스 필립슨 수석부사장(61)을 사내이사로 영입했다. 세계적인 제약사의 임원이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중소기업에서 겸직을 하게 된 것이다. 필립슨 부사장은 머크에서 인수합병(M&A)과 신약 라이선스 계약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소식이 들리자 코디엠의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업계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코디엠은 지난해 매출 442억 원을 올린 중소기업. 이에 비해 머크는 지난해 매출 규모만 398억 달러(약 44조9740억 원)에 이르는 세계 2위 제약사다.

8일 방한한 필립슨 부사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디엠의 여현동 상무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합류 요청을 받았다. 혁신적인 의약품을 만들어 내려면 혁신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현직을 유지하면서 코디엠의 사내이사를 맡았다”고 말했다. 그의 합류가 결정되기까지는 6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머크 이사회를 상대로 코디엠의 성장 가능성과 머크와 경쟁하는 기업이 아니란 점을 설득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설비를 만들어온 코디엠은 지난해 말 신사업으로 바이오 분야에 뛰어들며 관련 인사들을 영입했다. 주상언 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코디엠의 바이오사업부문 총괄 부회장으로, 이왕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필립슨 부사장의 직책은 글로벌 포트폴리오 사업부 대표. 코디엠이 확보한 바이오 기술을 해외 유수의 제약사에 이전(라이선스 아웃)하는 일을 맡는다. 필립슨 부사장은 “대형 제약사의 제품 중 40∼60%는 타사와의 M&A나 기술 이전으로 개발하는 제품이다. 작은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에서 만든 혁신적인 신약 후보물질을 갖고 새로운 의약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은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업체에는 필수적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신약 임상시험 과정을 기업 홀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미약품뿐 아니라 제넥신 등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들도 기술 이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형 제약사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필립슨 부사장은 “대형 제약사의 수익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다. 중소 제약사의 성장 폭이 더 크기 때문에 대형 제약사가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디엠은 대장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웰마커바이오 등 세 곳의 벤처기업에 투자한 상황이다. 웰마커바이오는 코디엠이 진동훈 서울아산병원 교수와 공동으로 출자해 지난해 12월 설립한 법인이다. 2018년 대장암 치료제의 기술 이전이 목표다.

필립슨 부사장은 항암제 시장 분야에 집중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의 연평균 성장률은 6%인 데 비해 항암제 시장의 성장률은 13%에 이른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제약사#머크#중소기업#사내이사#제임스 필립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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