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검토”… 한국은행 총재, 3년만에 긴축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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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하반기 또는 내년초 올릴듯… 정부 경기부양 정책과 충돌 우려도
李총재, 13일 김동연 부총리와 회동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선회할 뜻을 내비쳤다. 임기 중 기준금리를 5차례 내린 이주열 한은 총재가 3년 만에 긴축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하반기(7∼12월)에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창립 67주년 기념식에서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 가능성 검토를 면밀히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가 공식석상에서 기준금리 인상 검토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3월 후보자 신분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미국 출구전략과 맞물려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해 5월 세월호 사건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이듬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완화 기조가 계속 유지됐다.

올해 4월과 5월에도 이 총재는 각각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줄었다” “현재 금리 수준도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표현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화적 통화정책 정도 조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현재 경제 상황으로 볼 때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커졌다는 신호를 명확히 준 것이다.

다만 금리 인상이 급격히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상에 나서기보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를 목표로 금리를 올릴 채비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내수 회복세가 확인되기 전까지 기준금리 조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이달 13, 14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올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예상해 기조에 변화를 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6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100%다. 연준이 현재 0.75∼1.0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1.00∼1.25%가 된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한국 기준금리와 같아진다는 뜻이다.

연준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될 수도 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이탈해 이에 따른 자본시장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 총재는 13일 한은 본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재정 및 통화정책의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김 부총리가 취임한 지 하루 만에 갖는 회동이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비친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한 돈 풀기에 나선 김 부총리와 어떤 논의를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이주열#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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