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 ‘한미일 연합’ 다크호스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日, SK하이닉스 막판 참여시켜… 美브로드컴에 뒤집기 나서
15일 예정 우선협상자 선정도 늦출듯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의 인수로 마무리될 것 같던 도시바 반도체 매각에 막판 복병이 등장했다. 일본 정부가 자국 펀드와 기업, 미국 자본과 한국의 SK하이닉스를 묶은 ‘한미일 연합’을 구성해 막판 뒤집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아사히신문과 SK하이닉스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기존 ‘미일 연합’의 틀을 대폭 변경한 ‘한미일 연합’을 구성해 자금 2조1000억 엔(약 21조4000억 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든 뒤 SK하이닉스와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3000억 엔(약 3조600억 원) 씩을 낸다는 것이다.

여기에 도시바가 1000억 엔(약 1조200억 원), 일본 기업들이 1400억 엔(약 1조4300억 원)을 내고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2000억 엔(약 2조400억 원)을 출자한다. 또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4000억 엔(약 4조800억 원)을 융자해 2조2000억 엔(약 22조4000억 원)을 제안한 브로드컴에 맞선다는 구상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INCJ와 KKR에 자국 기업들을 더해 ‘미일 연합’을 구성하려 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돈을 내지 않자 ‘한미일 연합’으로 틀을 바꾼 것이다. 신문은 “매각을 서두르는 도시바는 이르면 15일 브로드컴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새로운 안이 나올 것으로 보이면서 결정이 다소 늦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다만 도시바는 28일 주주총회까지는 매각처를 결정할 방침이어서 ‘한미일 연합’이 그때까지 조율을 마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시바는 전날 회계 부정 스캔들로 해외 기관투자가 등으로부터 438억 엔(약 447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청구된 배상액은 모두 1084억 엔(약 1조1060억 원)에 달한다. 또 마이니치신문은 도시바가 이달 말까지 해야 하는 2016 회계연도 유가증권보고서 제출을 연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투자가들에게 중요한 판단 정보가 되는 자료다. 일본 내에선 도시바의 상장 폐지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도시바#인수전#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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