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사장, 대한항공 外 대표직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6일 03시 00분


한진칼-진에어 등 5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 의식한듯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42)이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그룹 내 다른 모든 계열사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지난해 불거진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대한항공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 사장이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한진그룹 5개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핵심 영역에 집중해 경영 효율화를 이루고 보다 투명하고 충실하게 경영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일감 몰아주기 대상이었던 그룹 계열사 지분 정리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회장과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3), 장남 조 사장,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34) 등 한진 총수 일가는 정보기술(IT) 부문 계열사 유니컨버스의 개인 지분을 모두 대한항공에 무상 증여할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유니컨버스, 싸이버스카이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총 14억3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대한항공 7억1500만 원, 싸이버스카이 1억300만 원, 유니컨버스가 6억1200만 원을 각각 부과받았다.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 관련 사업을 하는 싸이버스카이는 2015년 11월까지 한진가 삼남매가 각각 33.3%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회사다. 대한항공은 자사 직원들에게 싸이버스카이의 광고 업무를 시키면서 수익은 싸이버스카이가 모두 가져가도록 했다는 의혹를 받았다. 이 의혹에 대해 공정위가 2015년 5월 조사에 착수하면서 문제가 되자 삼남매는 보유하고 있던 싸이버스카이 지분 전부를 11월 대한항공에 넘겼다.

콜센터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유니컨버스에는 대한항공이 장비사용료, 유지보수비를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지급하는 방법으로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았다. 현재 유니컨버스의 지분은 조 회장이 5.5%, 조현아 27.8%, 조원태 38.9%, 조현민 27.8%로 총수 일가가 100%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09년부터 콜센터 업무를 유니컨버스에 순차적으로 위탁했는데 당시 유니컨버스는 이 분야에 경험이 아예 없던 회사였다. 단지 유니컨버스의 최대 주주 겸 대표이사가 조 사장이라는 것이 특이했다. 지난해 공정위는 대한항공 법인과 조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정을 근거로 총수의 특수관계인을 검찰에 고발한 첫 사례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는 공정위 고발 이후 아직 더 진행된 것이 없다. 조 사장은 대한항공과 유니컨버스의 거래와 관련해 직접 관여하거나 지시를 한 것이 없고 이를 검찰에서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조치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일각에서 제기된 오해들을 불식시키는 한편 준법경영 강화를 토대로 보다 투명한 경영 체제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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