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관 ‘성과급 나눠먹기’… E등급 기관도 챙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7일 03시 00분


119곳 중 5곳만 빼고 지급



▶ 119개 공공기관 전체 평가등급 보기

기획재정부가 16일 발표한 ‘2016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는 ‘성과급 나눠먹기’라는 이전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성과급을 챙기지 못한 공공기관은 119곳 중 5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성과연봉제는 이날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았다. 노사 합의를 거쳐 기관별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보수체계를 정하도록 했지만, 노조가 반대하는 만큼 성과연봉제가 유지될 확률은 0%에 가깝다.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들은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 성과급 챙긴 공공기관 96%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경영 평가 결과는 S(탁월), A(우수), B(양호), C(보통), D(미흡), E(아주 미흡)로 나뉜다. 지난해까지는 종합 점수만 나왔지만 올해부터 경영 관리와 주요 사업 등 2개 항목의 등급을 함께 발표됐다.

성과급을 챙긴 공공기관이 크게 늘어난 건 2개 항목 중 하나만 C등급 이상을 받아도 성과급 지급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강소형기관인 국립생태원은 종합 E등급을 받았지만, 주요 사업 분야에서 C등급을 받아 직원은 기본 월급의 10%(임원은 6%)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종합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은 공공기관은 공기업인 대한석탄공사와 준정부기관인 한국무역보험공사, 강소형기관인 국립생태원과 아시아문화원 등 4곳이다. 이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해임 대상이지만 모두 자리를 보전하게 됐다. 기재부는 “3명은 재임 기간 6개월 이하이며, 1곳은 신규 지정된 소규모 기관의 장인 점을 감안해 경고 조치만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종합 평가 결과 가장 높은 S등급을 받은 기관은 없었다. S등급 기관은 2012년부터 5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올 스톱

2016년 경영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던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는 결국 평가 항목에서 제외됐다. 당초 성과연봉제 조기 시행과 차등폭, 도입을 위한 노력 등을 가점으로 부여할 예정이었다. 공운위는 “성과연봉제 관련 항목을 반영하지 않아도 경영 평가에 큰 변화가 없었기에 삭제했다”고 밝혔다. 2017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성과연봉제 미도입 기관을 대상으로 적용하려던 인건비 동결과 같은 페널티도 없앴다.

기재부는 성과연봉제 도입 기관에 줬던 인센티브 1600억 원은 원칙적으로 회수하기로 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이 “이 돈을 반납해 비정규직 처우 개선, 청년 고용 확대 등에 활용할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미 월급 등으로 소진한 기관이 있어 100% 강제 회수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성과연봉제는 기존 호봉제 또는 직무급 임금 체계가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노사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종전 보수체계로 환원할 수 있도록 했다.

박순애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정부가 공운위 밑에 전문위원회를 두고 연구해서 곧 새로운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 기준은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효율성 관련 항목은 대폭 축소되고, 공공성 부문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금융권 등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 9곳 중 7곳은 지난해 노조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 중 한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지침을 기다리고 있지만, 사실상 성과연봉제를 폐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사측은 이사회 의결이 무효임을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노사 합의로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주택금융공사도 성과연봉제를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두 회사 측은 “정부의 세부 방안이 확정되면 노조와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예보 노조는 이달 27일 분기마다 열리는 노사협의회에서 성과연봉제 폐지 안건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고 다음 달 취업 규칙을 개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택금융공사 노조 관계자도 “금융위 압박에 어쩔 수 없이 합의한 만큼 성과연봉제 폐기와 금융노조 재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건혁 gun@donga.com·강유현·최혜령 기자
#공공기관#성과급#경영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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