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경험을 디자인에 담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1일 03시 00분


[新디자인 경영/시즌4]<1>고객에게서 성장 전략 찾는 기업들

《 동아일보는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공동 기획으로 ‘신(新)디자인경영 시즌4’ 시리즈를 선보인다. 2014년부터 동아일보는 디자인경영의 흐름을 담은 시리즈를 게재해 왔다. 올해에는 ‘성장을 위한 디자인경영’을 주제로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 환경에서 기업의 미래를 여는 디자인 전략을 살펴본다. 》
 

혁신적인 기업들은 제품이나 공간, 서비스 디자인에 소비자의 경험, 사용성, 기업의 철학과 비전을 담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케아는 집
 안에서의 소비자 행동을 관찰해 무선 충전이 가능한 가구, 스탠드를 선보였다(위쪽 사진). 신세계는 ‘소비자의 여가 시간’을 
연구해 쇼핑몰 속 도서관이라는 이색 공간을 디자인했다. 이케아코리아·신세계그룹 제공
혁신적인 기업들은 제품이나 공간, 서비스 디자인에 소비자의 경험, 사용성, 기업의 철학과 비전을 담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케아는 집 안에서의 소비자 행동을 관찰해 무선 충전이 가능한 가구, 스탠드를 선보였다(위쪽 사진). 신세계는 ‘소비자의 여가 시간’을 연구해 쇼핑몰 속 도서관이라는 이색 공간을 디자인했다. 이케아코리아·신세계그룹 제공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디자인팀은 ‘휴대전화 무선 충전 기능을 가진 가구’를 상상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당장 제품으로 만들면 될 일이지만 이케아는 소비자의 집으로 눈을 돌렸다. “휴대전화를 집에서 평소 어디에 올려놓을까.” 첨단 정보기술(IT)이 있든 없든 가구는 일상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었다.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집에서 충전하고 싶은 곳을 찾아 스티커를 붙여 보라는 색다른 ‘실험’을 감행했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주로 언제, 어떻게 휴대전화를 충전하는지도 조사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이케아의 무선충전 가구다. 2015년 정보통신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첫선을 보인 뒤 지난해 국내에서도 판매가 시작됐다. 전등이 달린 스탠드 밑이나 탁자 위에 휴대전화를 놓으면 충전이 되도록 설계했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우리는 집과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에게 더 나은 생활을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제품의 디자인, 품질, 가격 등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글로벌 유통 시장의 지각변동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이 7.4% 늘어나는 등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디자인경영이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을 담는 기업의 성장 전략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우월한 기능이 있는 상품 하나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경쟁자가 이를 따라잡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누구나 비슷한 기능, 비슷한 외관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 서비스와 상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기업은 미래 시장을 소비자에서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각지에 널린 기술을 정교하게 융합해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디자인하는 것이 성장의 필수 전략이 됐다고 강조한다.

디자인경영 전문가인 에린 조 미국 파슨스 디자인대 전략디자인경영학과 종신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좋은 디자인은 멋진 외관이 아니라 소비자의 경험, 사용성, 기업의 혁신과 포지셔닝 등을 포괄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곧 디자인경영은 기업의 미래 방향성과 연결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의 도전에 직면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소비자 경험을 기반으로 한 공간 디자인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물건을 파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다.

나이키는 지난해 미국 뉴욕 맨해튼 소호거리에 5개층 규모의 매장을 새로 열었다. 스포츠 체험 공간으로 꾸며진 이 매장 한복판에는 가상현실(VR) 기반 농구 경기장과 피트니스센터 트레드밀이 설치됐다. 방문객들은 농구 게임을 즐기고 달리기를 하면서 직접 나이키 운동화나 의상을 착용해 보고 직원의 추천도 받을 수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소비자에게 무엇을 팔까’에서 ‘소비자는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길 원하나’로 전략의 초점을 옮기고 있다. 이에 따라 공간 디자인도 변했다. 지난해 9월 개장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은 쇼핑몰 한가운데에 호텔형 워터파크를 만들고 VR 체험관과 실내 익스트림 스포츠 공간을 들여왔다. 덕분에 황금연휴와 명절 기간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신세계는 또 올해 5월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복합쇼핑몰 최초로 대형 도서관을 만들었다. 총 5만여 권의 장서로 꾸며진 ‘별마당 도서관’이다. 개관 전 현장을 찾은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 부사장은 “돈을 모으는 게 아니라 사람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도 침체기인 오프라인 매장을 혁신하기 위해 마트 최초로 옥상에 시민체육공간인 풋살파크를 운영 중이다.

이런 디자인 혁신 전략은 디자인 부서나 전략 부서 한 곳에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에린 조 교수는 “기업의 디자인 부서뿐 아니라 전략, 마케팅 담당이 긴밀히 연계해 상품 및 서비스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며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곽도영 기자

※ 동아일보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7일 경기 성남시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제4회 디자인경영 포럼’을 연다. 접수는 이미 마감됐지만 포럼 내용은 28일자 동아일보에 소개된다.
#소비자#경험#디자인#휴대전화#가구#이케아#코엑스#신세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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