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은 수익 창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일상적이고 반복적이며 예측 가능한 기업 고유의 통일된 행동 패턴을 수립한다. 경영학에선 이를 ‘조직 루틴(organizational routine)’이라고 부른다.
기업이 부서 특성에 상관없이 단 하나의 일관된 목표만을 가지고 있다면, 정해진 조직 루틴을 그대로 따르면 된다. 하지만 현실에선 부서별로 세부 목표와 이행 방식이 다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을 판매할 때 마케팅 부서에선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통해서라도 ‘매출’ 증대를 꾀하려 하지만, 영업 부서에선 ‘수익’ 극대화가 성과 평가와 연동돼 있어 할인은 불가하다며 반대할 수 있다. 이럴 때 단 하나의 조직 루틴, 즉 어떤 특정한 목표 달성 위주의 업무 추진 방식을 고집하게 되면 조직 내 혼란과 갈등, 비효율만 초래하기 쉽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이탈리아 보코니대와 캐나다 웨스턴대 연구진은 조직 내 상이한 목표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했다. 과거엔 조직 내 갈등이 생기면 경영진이 ‘해결사’로 나서거나 업무 방식을 완전히 분리하는 접근을 취했다. 하지만 보코니대와 웨스턴대 연구진은 이 같은 해법은 자칫 더 큰 비효율을 낳기 쉬운 만큼,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목표 달성’ 위주의 조직 루틴을 ‘갈등 해결’ 방식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 예가 이탈리아의 생활용품 제조업체 알레시(Alessi)다.
알레시는 1990년대 들어 디자이너 그룹과 엔지니어 그룹 간 갈등이 증폭되는 위기에 처했다. 회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갈등이 발생한 접점을 찾고 이를 표면화해 해결책을 직접 모색하는 방식으로 조직 루틴을 재설계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부서 간 상이한 세부 목표와 다양한 이견을 동시에 추진하는 원동력이 됐고, 협력적인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오늘날 기업은 같은 조직이라고 해도 구성원들의 개성이 강하고 부서마다 추구하는 목표와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런 차이를 무시한 채 조직 루틴을 맹목적으로 강요해선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이보다는 부서 간 접점과 상호 협의가 중심이 되도록 업무 방식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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