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발길질에도 버티는 로봇…정지상태서도 서있는 모터사이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2일 03시 00분


주목받는 ‘넘어지지 않는 기계’ 기술

현재로선 구현하기 까다로운 기술
노하우 가진 기업들 시장서 주목
재난 구조용-군사용 등 활용 가능

[1]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연구원이 발로 밀며 실험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2] BMW가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공개한 콘셉트 모터사이클 ‘BMW 모토라드 비전 넥스트 100’. 정지상태에서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설 수 있다. BMW코리아 제공
[1]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연구원이 발로 밀며 실험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2] BMW가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공개한 콘셉트 모터사이클 ‘BMW 모토라드 비전 넥스트 100’. 정지상태에서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설 수 있다. BMW코리아 제공
“아무리 로봇이지만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요?”

미국의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15년 자사가 개발한 로봇 ‘스팟’의 실험장면을 공개한 후 뜻밖의 ‘윤리논란’에 시달렸다. 스팟은 4개의 발로 스스로를 지탱하며 외부 충격에도 잘 넘어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겉모습이 개와 닮아서 ‘로봇 개’로 불리기도 했는데, 실험을 위해 옆에서 로봇을 밀치거나 발로 걷어차는 모습이 몇몇 사람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한 것이다.

이 재미난 해프닝(?)은 로봇에게도 애착을 느끼는 인간의 감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사람들이 기계일 뿐인 개 모양 로봇에 연민을 느꼈던 이유는 무엇일까. 생명체와 비슷한 겉모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발길질에 비틀대면서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딱한 감정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아직 우리의 뇌 속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인간과 동물만 할 수 있는 행동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점점 ‘넘어지지 않는’ 능력을 갖춘 기계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언가를 넘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기술은 편리함은 물론이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현재로선 구현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그래서 이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기업들은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다. 9일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소유하고 있던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소프트뱅크 주가는 장중 7.4%나 올라 2000년 3월 이후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알파벳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당장은 시장성 있는 제품을 출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매각을 결정했지만, 손 회장은 실현 가능성을 더 높게 본 셈이다.

산악지형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뛰어다닐 수 있는 로봇은 짐이나 사람을 옮기는 것은 물론이고 재난 구조용, 군사용으로도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언젠가는 케이블카 없는 산에 갈 때도 로봇에 업혀 편하게 산을 오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로망’의 대상이 되곤 하는 모터사이클. 하지만 모터사이클마저도 서서히 ‘홀로서기’를 꿈꾸고 있다.

BMW모토라드가 BMW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발표한 콘셉트 모터사이클 ‘비전 넥스트 100’은 정지상태에서도 넘어지지 않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운전자가 타고 있지 않아도 직립상태를 유지한다. ‘자이로스코프’라는 장치 덕분인데 BMW 외에도 여러 스타트업들이 이 장치를 이용해 웬만한 외부 충격을 받아도 넘어지지 않는 모터사이클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모터사이클을 꿈꾸지만 안전에 대한 걱정 때문에 엄두를 못내는 초보자들에게는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BMW 측도 “헬멧이나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하는 압박에서 해방된 라이더는 속도감, 바람 등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물론 기존의 일부 모터사이클 운전자들은 “달리지 않아도 서 있는 모터사이클에 무슨 매력이 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다만 자이로스코프는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혼다는 자사의 직립보행 로봇 ‘아시모’를 통해 터득한 ‘라이딩 어시스트’ 기능을 모터사이클에 적용해 올해 초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공개했다.

이 콘셉트 모터사이클은 자전거나 모터사이클을 탄 사람이 쓰러질 것 같은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는 듯한 움직임으로 중심을 잡는다. 역시 정지상태에서도 서 있을 수 있고, 주인을 따라다니는 개처럼 주인을 졸졸 쫓아다닐 수도 있다.

미국의 로봇 공학자인 한스 모라베크가 언급한 ‘모라베크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말하기, 이해하기, 뛰기 등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나 로봇에게 어렵고 바둑, 계산 등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오히려 컴퓨터에게 쉽다는 것이다. 아직 로봇과 첨단 기계에게 넘어지지 않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람도 크면서 제대로 서기까지는 수백 수천 번을 넘어져야 한다. 기계도 그러고 있는 것 아닐까.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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