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 기업 지원정책은 정부에 항상 딜레마다.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취지로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려 왔지만 성과는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일부 기업은 R&D 자금을 ‘눈먼 돈’쯤으로 생각한다. 이런 도덕적 해이 때문에 중소기업 지원책은 비판에 휩싸이기 일쑤다.
이런 면에서 교육용 로봇업체인 ‘로보로보’의 성장 과정은 중소기업 육성정책의 효과를 입증할 좋은 사례다. 이 회사는 정부 지원금을 마중물 삼아 ‘성장의 사다리’를 밟아 나가는 중이다.
2000년대 초반 정부는 당시 약 20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한 외환위기라는 특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벤처기업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분야를 포함해 기술 분야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및 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사업화로 연결시키도록 유도하면서 교수나 연구원에게 혜택을 제공했다. 현재 로보로보의 1대 주주인 최영석 고문도 창업 당시 인덕대 메카트로닉스과 교수였다. 학교 내 창업동아리인 퍼스널 로봇연구회를 지도하다가 2000년 재학생 및 졸업생 3명과 함께 창업했다.
창업 초기는 가시밭길이었다. 일본 소니가 만든 로봇강아지인 ‘아이보’와 비슷한 보안용 로봇을 개발했지만 생산을 맡은 대우전자가 부도가 나 제품조차 내놓지 못했다. 새로운 제품군을 찾다가 눈을 뜬 분야가 교육용 로봇이다. 2004년에 중소기업청에서 받은 R&D 자금인 7200만 원은 신제품 개발의 밑천이 됐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이 ‘로보키트’다. 학생들이 조립하고 컴퓨터로 프로그램까지 해서 로봇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유아 및 초등학생으로까지 소비자군이 확대된 것은 ‘퍼니카드’ 덕분이다. 2010년 정부의 기술혁신개발사업 지원업체로 선정돼 받은 1억4700만 원이 제품 개발의 종잣돈이 됐다. 당시 세계적인 장난감 업체인 레고의 기본형 블록 제품은 특허 기간이 만료됐다. 이에 로보로보는 아이들에게 익숙한 블록을 이용한 로봇 제품을 내놨다. 기존의 컴퓨터를 이용한 프로그램 대신 바코드가 들어있는 퍼니카드로 로봇의 움직임도 간단히 제어하도록 제작했다. 이 제품이 본격적으로 팔린 2012년 단일 상품으로만 약 7억8000만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17억5000만 원으로 급증했다. 누적 매출은 국내외에서 모두 51억 원. 고용 인원도 과제 수행 당시 27명(2011년)에서 현재는 40여 명으로 늘었다.
김동혁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연구원은 “로보로보는 기존에 있는 기술과 제품들을 잘 조합시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사업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로보로보는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 로보로보’와 협력해 중국 내 200개의 지점을 운영하면서 중국 외에 유럽 미국 등지로 수출을 확대 중이다. 단순한 상품 생산을 넘어 교육콘텐츠를 개발해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지난해 매출은 120억 원(자회사 실적 포함), 영업이익은 17억 원에 이르렀다.
장창남 로보로보 대표는 “과제마다 다르지만 정부가 R&D 자금을 단순히 기술 개발뿐 아니라 인건비 및 해외수출을 위한 출장경비로까지 폭넓게 인정해 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향후 코스닥 상장을 통해 투자와 고용을 지속적으로 늘려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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